2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완화 기대로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살얼음판 같던 증시 분위기가 빠르게 녹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사자’ 주문에 이어 국내 자산운용사(투신)와 연기금도 순매수에 동참하면서 수급 공백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 다만 오는 6일 미국 중간선거라는 변수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암초가 많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돌아왔나…코스피 사흘간 8700억 순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71.54포인트(3.53%) 오른 2096.00으로 마감해 지난달 23일(2106.10) 이후 깨진 21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소프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에도 단일 시장 유지) 가능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개월여 만에 전화 통화를 하며 미·중 무역분쟁 해소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악재로 가득했던 주식시장에 호재가 동시에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74%와 6.3% 오른 것을 비롯해 통신과 전기가스를 뺀 전 업종이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북한 문제도 잘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현대엘리베이터(8.98%)와 현대건설(9.90%) 등 북한 경제협력주도 강세를 띠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822개 종목이 올라 2008년 10월30일(840개 종목)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5.05% 오른 690.65로 마감한 코스닥시장에선 1180개 종목이 상승했다. 역대 최대다.

증시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406억원을 순매수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 있었던 날을 제외하면 지난 4월11일 4645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로 한국 주식을 샀다. 지난 3일간 외국인 순매수는 8688억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도 이날 각각 865억원과 479억원을 순매수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과 연기금의 순매수는 코스피지수 2000선이 강력한 바닥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기보다 등락을 계속 거듭하면서 바닥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장 ‘V자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급락에는 제동이 걸리고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