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제한된 상황…위안화 과거보다 시장친화적"NYT "7위안선 돌파는 '약세방치 태세' 상징할 것"중국 위안화가 당국의 사실상 방관 속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것이라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진단했다.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MK 탕은 중국 당국이 심한 개입을 자제해 위안화 환율이 향후 6개월 이내에 달러 대비 7위안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탕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위안보다 낮은 곳에서 고시하겠으나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대량으로 내다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중국 당국은 3년 전 위안화 약세 때문에 자본유출과 함께 경제에 충격이 왔을 때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을 방어한 바 있다.탕은 현재 자본유출이 억제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뜨릴 환경이 과거보다 무르익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앞으로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봤다.그는 "특히 앞으로 몇달 동안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할 경제적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위안화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휘말리고 경제성장 둔화를 막으려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는 터라 가치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이번 주 위안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로 치솟아 '심리적 경계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이날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9670위안으로 고시했다.탕은 위안화 시장이 과거보다 개방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관할 또 다른 이유로 지목했다.당국이 외국인 투자 유치, 국제 통화로서 위안화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환율을 더 시장 친화적으로 운용하려고 노력해온 만큼 환율에 직접 개입하는 수단은 온건한 수준에서 구사될 것이라는 설명이다.골드만삭스는 향후 6개월 사이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달러당 7위안은 중국과 고율 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주시하는 '마지노선'으로 관측된다.같은 의미에서 미국의 파상공세에 직면한 중국에는 달러당 7위안이 심리적 경계선이 될 수밖에 없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달러당 7.0002위안과 6.9998위안은 거의 같다"며 "하지만 위안화가 '7선'을 넘어서는 것은 상징적으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NYT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것은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방치할 태세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마지노선의 의미를 설명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중국이 상품수지 흑자를 위해 위안화 약세를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미국 재무부는 최근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이른바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재무부는 위안화 약세가 우려된다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율 조작을 자제하라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달러 대비 환율이 상승하면 중국 수출업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유리해질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의 타격까지도 완화할 수 있다./연합뉴스
위안화 환율이 중국 정부와 시장이 마지노선으로 보는 달러당 7위안 선에 바짝 다가서자 인민은행이 공개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11월7일 홍콩에서 200억위안(약 3조2700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한다고 31일 발표했다.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단기 채권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장치다. 만기는 수일부터 수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중앙은행증권은 3개월물 100억위안어치와 1년물 100억위안어치다.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면 홍콩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결과적으로 홍콩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7%가량, 지난 3월 고점 대비로는 11%가량 폭락(환율 상승)한 상태다. 역외시장인 홍콩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가 역내시장인 중국 상하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져 위안화 평가절하를 주도했다. 이날 홍콩 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787위안까지 치솟아 7위안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더 빠르게 추락하는 이유는 금융당국 입김이 쉽게 작용하는 본토와 달리 홍콩은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9월 홍콩 금융관리국과 중앙은행증권 발행·유통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필요시 역외 외환시장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위안화 환율 달러당 7위안 선이 붕괴되면 자본 유출이 가속화돼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이 때문에 2008년 5월 이후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인민은행 고위당국자인 성쑹청 참사(경제자문역)도 3조달러 넘는 외화보유액을 동원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0% 오른 달러당 6.9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08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