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절반 이상을 고쳐야 하는 대대적인 개편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평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행위와 기업 자산 유동화 등 부문에서는 일일이 규제가 열거돼 있는 ‘열거주의(포지티브)’를 앞으로는 원칙만 제시하는 ‘포괄주의(네거티브)’로 변경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 2월께 금융투자업 영업행위를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회사의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 업무위탁 등 내부 업무 절차가 세부적이고 사전적인 규제로 돼 있다. 예를 들어 금융투자회사는 차이니즈월 규제에 따라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부서끼리는 사무실이나 출입구를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직 구성과 인사 자율성이 떨어지고 경영환경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앞으로는 ‘정보교류차단 장치를 갖추라’는 일반 원칙만 제시하고 회사가 세부사항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무 위탁도 모든 위탁을 허용하고, 사전 신고 없이 사후보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변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 자율로 모든 게 이뤄져도 내부통제 시스템과 이해상충 방지 기능을 스스로 잘 지킬 역량을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유동화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신용평가를 받지 않은 초기기업이라도 자산유동화를 허용하고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여러 개의 유동화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 중국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 자회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사태 등 유동화자산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강화된 투자자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