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한국기금·자산운용대상’에서 지방대학의 선전이 돋보였다.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가 대학부문 최고점을 받으며 교육부 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했고, 대구대가 3위로 우수상을 차지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과 함께 전국 53개 대학기금의 운용체계 및 자산배분 현황을 심사한 결과다. 올해 대학부문 심사는 기금운용위원회 의사결정체계, 자산운용체계, 기금 확대 및 정보 제공 노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세명대를 비롯해 연세대(최우수상), 대구대(우수상), 포스텍, 서울대, 순천향대, 구미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명대, 사모펀드 등 분산투자 성과…연세대, 체계적 운용 돋보여
◆세명대, 분산 투자로 차별화

세명대는 자산운용체계와 기금 확대 및 정보 제공 노력에서 심사위원단에게 호평받았다. 기금 규모는 1387억원으로 연세대 서울대 등 대형 대학에 비해 작았지만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기금 사용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명대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확정금리형 상품에 운용자산의 51.63%를 배정했다. 채권형 상품의 비율은 0.82%에 그쳤다. 주식(1.46%)뿐 아니라 파생결합증권(33.24%), 사모펀드(12.85%) 등 대체투자 자산에도 46.09%를 배정했다. 심사에 참여한 대학 중 절반가량이 확정금리형 예금 상품에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배정한 것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세명대는 가장 많은 점수가 배정된 기금 확대 및 정보 제공 노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명대는 기부금 모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명으로 구성한 발전기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기부자 권리헌장’을 비롯해 기부금 활용처와 액수, 수익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세명대는 지난해 기부금을 포함해 약 70억원의 기금을 적립했으며 86억원을 집행했다. 집행한 기금 절반은 생활관 리모델링, 장학금 등 학생 지원비, 나머지 절반은 교직원 연구 지원 등 경상비로 활용했다.

심사위원단은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금의 절반가량을 대체투자 자산에 투입하고 전문성 있는 기관에 위탁하는 등 수익률을 높이려 한 노력이 돋보였다”며 “다른 대학에 비해 기금 사용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 비중도 월등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대구대, 투명한 기금 운용 높은 평가

최우수상을 차지한 연세대는 전문성 있고 체계적인 의사결정·자산운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2014년 제1회 기금자산운용대상 대상 수상 대학인 연세대는 4921억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자금운용위원회 아래 자금운용실무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상하 소통구조’가 기금 운용의 중요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운용위원회가 최고 심의기구로써 큰 틀의 투자 배분 결정을 내리되 투자상품 추천 등 전문적인 분야는 실무위원회가 돕는 식이다. 연세대는 확정금리형 상품에 35.6%, 요구불예금에 34.6% 등 70%를 배분하고, 30%는 전문 투자기관에 위탁해 운용하는 등 자산배분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았다.

1889억원을 운용하는 대구대는 완전한 투자지침서(IPS)를 갖추고 기금운용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임명해 투명성을 제고한 점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 대구대는 운용자산 중 7%는 채권에, 나머지 93%는 단기자금으로 유동성 자산에 예치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기예금(30.7%)에만 묶어 두는 게 아니라 환매조건부채권(RP·43.5%), 양도성예금증서(14%), 신종자본증권(4.9%), 요구불예금(5.3%), 집합투자증권(1.1%)으로 분산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을 추구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심사위원단은 이번 심사에서 많은 대학이 기초적인 정보 제공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대학이 모금 규모는 밝혔지만, 활용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형식적인 의사결정체계는 갖췄지만 기본적인 기금운용 지침조차 없는 대학도 절반이 넘었다. 53개 평가 대학 가운데 31개 대학이 전체 등급 ‘미흡’ 판정을 받은 배경이다. 심사위원단은 “일부 대학이 PEF 출자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거나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선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적지 않은 대학기금이 여전히 방치돼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