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시즌이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추정치(컨센서스)와 크게 차이 나는 실적을 내놓는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실적 관련 정보유통 규제가 상장사와 애널리스트 간 소통을 가로막아 충격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일렉·유한양행 실적발표에 애널이 '거짓말쟁이' 된 사연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일렉트릭은 7800원(14.21%) 떨어진 4만71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전날 장 마감 직전 3분기 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당초 증권사들은 현대일렉트릭이 3분기 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퇴직위로금과 반덤핑 관세 등 예상치 못한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다 보니 적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도 지난 30일 장 마감 뒤 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2억원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약 2억원에 그쳤다. 유한양행은 31일 13.66% 급락하며 최근 1년 새 신저가를 경신했다.

컨센서스를 참고해 해당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휴젤 등도 컨센서스를 60% 이상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애널리스트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일렉트릭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 측에서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정도의 말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관련 정보유통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격차가 벌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7월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차단하는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 시행에 들어갔다.

그해 한미약품 직원으로부터 신약기술 수출계약 관련 정보를 넘겨받아 주식거래에 이용한 애널리스트가 구속되기도 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엔 상장사들이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가이던스(실적목표치)를 조금씩 낮춰 가며 추정치와 실적 간 괴리를 좁혔다”며 “요즘은 가이던스 제공은커녕 실적 시즌엔 탐방조차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도 실적 추정 모델 등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고 업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규제 준수를 이유로 정보 제공을 꺼리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