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30일 오전 4시20분

올초 해외사업 부실이 터지며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이 비핵심 자산 정리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대우건설이 갖고 있는 호텔, 골프장, 해외 리조트 등으로 총 매각 가격은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대주주 산업은행 주도로 ‘내실 다지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4월부터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인천 송도쉐라톤호텔(1200억원), 춘천 파가니카 컨트리클럽(1200억원), 미국 사이판 라오라오 베이 골프 리조트(500억원) 등 3곳이 우선 매각 대상이다. 예상대로 매각이 이뤄지면 29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마켓인사이트] 대우건설, 3000억원대 비핵심자산 정리한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회계법인이 맡았다. 이번 매각은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소수의 인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물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송도쉐라톤호텔은 연면적 5만3202.44㎡, 지하 2층~지상 22층 객실 수 321실의 특1급 호텔이다. 대우건설의 100% 자회사 대우송도호텔 소유로 2009년 영업을 시작했다. 누적 부채가 작년 말 기준 14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이 지속돼 대표적인 정리 대상 자산으로 꼽혀 왔다.

춘천에 있는 프리미엄급 18홀 대중제 골프장 파가니카CC는 대우건설이 2016년 5월 춘천개발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인접해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지난해 매출 85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올렸다. 최근 인수합병(M&A)시장에서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 몇몇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대우건설이 개발한 라오라오 리조트는 36홀의 골프장과 54실의 고급 객실을 갖춘 골프 리조트다. 유명 골퍼 그레그 노먼이 디자인한 코스에 풍광이 좋아 선호도가 높은 사이판 골프 관광지다.

산은은 2020년까지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쳐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2~3년 내에 기업가치를 두 배 높여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올초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려 했지만 모로코 등 해외 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 무산됐다. 이후 산은은 대우건설을 관리해온 PE실 내 기업가치제고1팀을 경영관리단으로 승격시키는 등 강도 높은 경영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 8조3452억원에 영업이익 5352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7.8% 줄어든 수치다. 3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이 191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68%가량 증가했다. 개선된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5.63% 상승했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우량 자산은 계속 들고간다는 계획이다. 1000억원대 연매출에 2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황정환/이지훈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