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속에서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최근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데다 해외 플랜트 수주 기대가 커지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26일 기준) 외국인은 현대건설을 61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엔지니어링(472억원) GS건설(394억원) 대림산업(366억원) 등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중 네 종목이 건설주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7899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돈을 빼내기 바쁜 것과 대조된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건설주들이 최근 조정장 속에 주가가 동반 하락하자 외국인이 선제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845억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451.8% 급증했다. GS건설의 영업이익(3분기)도 작년 동기에 비해 228.8% 늘어난 2339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의 건설업 지수는 이달에만 21.8% 하락했다.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노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는 222억달러로 작년 대비 4.3% 증가했다. 올 4분기에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32억달러), 알제리 HMD 정유(25억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실적이 좋은 상태에서 수주 모멘텀이 확인됐을 때 건설업종 주가는 크게 올랐다”며 “유가 상승이 수주 증가로 이어져 상승세를 보였던 2006~2008년의 사이클이 건설주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주택 건설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도시정비사업은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에 따라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내년 예상 주택 인허가 물량(32만 가구)은 올해에 비해 4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