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4일 외국인의 매도세에 눌려 연중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이날 오후 3시1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8포인트(0.57%) 내린 2,094.02를 나타내고 있다.장중 한때는 2,092.10까지 떨어져 전날 기록한 연중 최저치(2,094.69)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이에 따라 지난 11일 '검은 목요일' 이후 지지선 역할을 하다가 전날 일시적으로 무너진 2,100선이 다시 붕괴됐다.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3천94억원어치를 순매도해 닷새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개인도 2천3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기관은 4천993억원을 순매도 중이다.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삼성전자(-1.39%), SK하이닉스(-3.18%), 셀트리온(8.32%), 삼성바이오로직스(-3.71%), SK텔레콤(-1.41%) 등이 내렸다.LG화학(0.30%), 포스코(1.72%), K금융(1.76%) 등은 올랐다.이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70포인트(2.85%) 떨어진 698.30을 나타내고 있다.코스닥지수가 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7일 이후 약 1년 만이다.코스닥 시총 상위주 가운데는 셀트리온헬스케어(-6.45%), 신라젠(-6.50%), CJ ENM(-1.19%), 에이치엘비(-0.51%), 포스코켐텍(-4.27%), 나노스(-5.20%), 스튜디오드래곤(-5.54%), 코오롱티슈진(-4.54%) 등이 하락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달 들어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대차거래 잔고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주식 대차잔고는 55조5천53억원으로 집계됐다.대차잔고는 지난 5월(월말 기준) 61조7천493억원을 기점으로 6월 57조4천793억원, 7월 55조7천585억원, 8월 53조1천812억원 등 석달 연속 감소했다.그러다가 지난달 53조3천182억원을 기록한 대차잔고는 이달 들어 코스피가 급락하는 가운데 2조원 넘게 늘어났다.대차거래는 차입자가 기관투자자 등에게 일정한 수수료와 담보물을 지불하고 주식을 빌린 뒤 추후 대여자에게 같은 주식을 상환하기로 하는 거래를 말한다.대차거래로 차입한 주식 중 상환하지 않고 남은 주식의 금액을 뜻하는 대차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통상 주가 하락 가능성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실제로 코스피가 이달 들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상승, 달러 강세 등 계속되는 악재에 하락하면서 연저점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특히 지난 23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장중 2,094.69까지 하락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100선마저 일시적으로 무너졌다.22일 현재 대차잔고 상위권 명단에는 셀트리온(5조7천215억원), 삼성전자(4조2천606억원), 삼성전기(1조7천964억원), SK하이닉스(1조7천77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조3천995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관심은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미국 증시의 추가 조정 여부"라며 "한국 증시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을 갖췄지만 글로벌 증시에서 추가 조정이 진행되면 동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지수대는 신흥국의 공포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라며 "당장은 개선시킬 트리거(방아쇠)가 보이지 않지만 수급이 조금만 개선된다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또 한 차례 급락했다. 증시 주변 자금이 마르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한국 증시의 체력이 저하된 탓에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가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불안한 증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단 신중한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차 지지선 2100도 위협코스피지수는 23일 2.57% 하락한 2106.10으로 마감했다. 1차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 1배 2260선은 이미 깨졌고, 2차 지지선인 2100도 장중에 무너졌다. 현재 코스피지수 PBR은 2018년 금융위기 때 수준인 0.88배다.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가 지금보다 10% 정도 더 내려갈 경우 설명이 될 만한 수준”이라며 “무역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더 크게 둔화될 것이란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전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대중국 관세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이 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무역분쟁이 지정학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에 투자자들이 겁을 먹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재정 문제와 사우디아라비아 사태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던지고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고객 예탁금 곤두박질고객 예탁금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으로, 예탁금의 꾸준한 감소세는 증시에서 시중 자금이 이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고객 예탁금 감소는 대내외 악재로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현금 보유 욕구가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증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융자 잔액도 1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외국인 자금도 계속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653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포함해 이달 들어 2조9235억원을 팔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했고,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 설정액도 24조원대로 1년 전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고 분석했다.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높지만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점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멀리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이 정체된 2012~2016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 머물렀다”며 “지금 외국인도 한국 자산이 건전하지만 성장은 미약하다고 인식해 주식은 멀리하고 채권을 순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 밑으로 떨어지면 조금씩 분할 매수를 해볼 만하다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 매수 한다면 낙폭과대 업종 중 이익이 안정적인 하드웨어, 소재, 산업재가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은 현금 비중을 높인 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을 확인하고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