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기업인 KCC만도가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나란히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C가 3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63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22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인 3년물에 4900억원, 8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5년물에 1400억원이 모였다.

이 회사의 우량한 재무구조를 눈여겨본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CC의 상반기 매출은 1조9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5.9%다. KCC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다.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차입 규모가 늘어난다는 점은 금리산정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KCC는 컨소시엄을 이룬 SJL파트너스, 원익QnC와 함께 약 3조4000억원을 들여 모멘티브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금 중 상당 금액을 차입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인수금액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KCC가 이번에 발행할 3년물(연 2.45%)과 5년물(연 2.70%) 금리는 당초 희망한 수준보다 각각 0.03%포인트, 0.10%포인트가량 낮게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KCC와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만도도 모집액인 1000억원(3년물)의 세 배에 가까운 2800억원의 ‘사자’ 주문을 받았다. 적지 않은 기관이 낮은 금리로 주문을 넣은 덕분에 만도는 당초 희망했던 것보다 0.1%포인트가량 낮은 연 2.44% 수준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만도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다.

만도는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만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순이익은 638억원으로 10.4% 줄었다. IB업계 관계자는 “다른 자동차 부품회사와 달리 만도는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납품 기업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차와 수소차 등에도 필수적인 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급변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