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문가들이 23일 ASK 2018 패널 세션에서 세계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드루 앨런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부동산부문 글로벌대표, 호세 데 파블로 옥토퍼스 투자상무, 세스 플라터스 서버러스 전무, 샘 장 토치라이트 인베스터스 파트너.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글로벌 전문가들이 23일 ASK 2018 패널 세션에서 세계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드루 앨런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부동산부문 글로벌대표, 호세 데 파블로 옥토퍼스 투자상무, 세스 플라터스 서버러스 전무, 샘 장 토치라이트 인베스터스 파트너.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노년에 접어든 ‘베이비부머’(2차 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는 생애 마지막 집을 최고급으로 꾸미고 싶어 합니다. 영국에서만 이들을 위한 전용 부동산에 앞으로 10년간 최대 700억달러(약 78조원)의 투자가 필요합니다.”(케빈 번 옥토퍼스 이사)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18 글로벌 부동산·인프라 투자서밋’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자)의 취업, 미국 교육시장 발전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글로벌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 세대 효과

케빈 번 이사는 베이비부머가 역사상 유례없는 부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주택의 67%를 전체 인구의 18%인 65세 이상 노령층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기존 주택을 팔고 집단 거주를 원하며 의료 복지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노년층 80~100가구가 모여 살며 복지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종의 실버타운인 ‘케어하우스’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번 이사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인구의 5%가 케어하우스에 살지만 영국에선 오직 0.7%만이 케어하우스에 입주해 있다”며 “최근 1년 반 새 골드만삭스 HSBC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영국의 케어하우스 개발 프로젝트에 수억달러를 투자한 이유”라고 했다.

제임스 마사 TH리얼에스테이트 전무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산층을 ‘미미스(MiMis: Millennials & Middle Income Households)’라는 단어로 정의하면서 이들을 위한 ‘멀티패밀리(집단주택)’ 투자가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세대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번잡한 전통 대도시를 선호했지만 미미스는 찰스턴, 올랜도 등 ‘2선 도시’로의 이주를 꺼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미스는 연봉 4만5000~7만5000달러대 중위 소득자로 주택을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장기간 빌려 쓰길 원해 임대 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사 전무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8000만 명에 달한다”며 “이 세대가 점차 결혼, 육아, 자녀의 진학에 신경 쓰면 2선 도시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주유소 등 틈새 부동산도 인기

노년층 겨냥한 '케어하우스'…MiMis 전용 '집단주택'에 투자하라
블루비스타 캐피털 매니지먼트LLC의 피터 스텔리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학생주거용 집단주택 투자가 유망하다고 했다. 미국 교육시장이 활황세를 타고 있어서다. 미국 대졸자의 연봉 중간값은 전문대졸 이하 학력자에 비해 51% 높고, 생애 기대소득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0만달러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미국 18~24세 인구는 1999년 2550만 명에서 2016년 3090만 명으로 대폭 늘었고,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 학생 비율도 같은 기간 57%에서 69%로 증가했다”며 “외국 유학생도 10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을 위한 주거 시설이 필요해졌고, 오래된 대학 기숙사를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도 활발해졌다는 설명이다. 스텔리안 최고경영자는 “대학 진학률이 경기 침체기에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서 학생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중·소 규모 매장과 병원, 주유소, 개인용 창고 등이 유망한 ‘틈새 부동산’ 상품으로 소개됐다. 미국 부동산 운용사인 크로우홀딩스 캐피털 리얼에스테이트의 밥 맥클레인 최고경영자는 “월마트 등 기존 초대형 마트들을 고전하게 한 ‘아마존 충격’에서 자유로운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이 ‘자동차 중독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병원, 대학, 오피스 지구와 연결되는 길에 있는 소형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소형 상가를 매입한 뒤 네일숍, 택배 업체,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입점시키고, 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를 지어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69%에 달하는 미국에선 개인의 물건을 보관해주는 고급 임대창고도 성업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의 틈새 부동산 거래액은 950억달러로 전체 부동산 거래액(5600억달러)의 17%에 달했다.

김대훈/황정환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