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배당주 매력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고배당 기업은 시장 불확실성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뿐더러 주가가 빠질수록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당기준일인 연말로 다가갈수록 국내 대표 배당주에 대한 매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기라고 조언한다.
배당수익률 10년來 최고…더 짭짤해진 배당株
◆주가 내리면 배당률 올라

2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배당수익률은 지난 17일 기준 2.44%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4.44% 급락한 11일에는 배당수익률이 2.49%까지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수가 급락했던 2008년 12월 이후 약 10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배당금이 늘었지만 주가가 뛰면서 유가증권시장 배당수익률은 1.62%에 그쳤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금이 늘거나 주가가 떨어질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펀드 투자자들도 배당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배당주 펀드에서는 3113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최근 6개월 기준으로 시야를 좁히면 611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한 달 동안에도 19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816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도 배당주는 매수했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SK텔레콤(10월 579억원), 에쓰오일(523억원), LG유플러스(316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확보하는 것을 과거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보다 주주 환원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국민연금 운용본부장 선임도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연금 고갈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어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해 수익률 증가에 도움이 되는 배당 확대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임러 등 年 6% 안팎 배당 수익 기대

해외 주식 ‘직구족’들도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배당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2.51%로 집계됐다. 이달 초와 비교해도 보름 만에 0.1%포인트 높아졌다. MSCI 신흥국 지수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3.06%로 더 높다. 올 들어 신흥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배당수익률이 연저점 대비 0.5%포인트가량 향상됐다. 서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로 눈을 돌리면 높은 수준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며 미국 엑슨모빌(내년 예상 배당수익률 4.13%), 중국 공상은행(5.5%), 독일 다임러(6.7%), 프랑스 악사(5.9%) 등 고배당주를 추천했다.

글로벌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국가마다 배당기준일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 상장사가 12월 말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준다. 하지만 중국 후강퉁과 선강퉁 기업들은 지난해 기준 89%가 5~7월에 배당 기준일이 몰려 있었다. 유럽 기업도 통상 배당 기준일이 4~6월에 집중돼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