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팔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조816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5조625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2011년(9조4215억원 순매도) 이후 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작년에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외국인 올 5兆 팔았다…'셀 코리아' 비상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달라진 것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 약세)과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인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 국내 경기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8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했던 외국인 보유 원화채권 규모는 지난달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8일 기준 외국인 보유 채권 규모는 111조780억원으로, 8월 이후 3조2040억원 줄었다.

외국인의 ‘팔자’ 공세로 한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7.95포인트(0.37%) 오른 2156.26에 마감했다. 하지만 오전 한때 연 저점인 2117.62까지 하락했다. 작년 3월13일(2100.91) 후 최저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팔자’가 강해진 것엔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0~114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최저였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약 8% 올랐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 연내 코스피지수 2100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대규모 외국인 이탈이나 주가 급락은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대외 불확실성만 줄어들면 외국인 이탈도 차츰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김진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