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들어 지속적으로 불어나던 외국인의 채권 보유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어서 자본 유출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의 우량한 신용도와 외국인의 환헤지 비용 축소에 따른 차익 기회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원화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탈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커지는 韓·美 금리격차…외국인, 채권시장서도 등 돌리나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규모는 111조780억원으로, 지난달 말(112조850억원)보다 1조원가량 감소했다. 지난 8월까지 계속 증가하던 외국인 보유 물량은 지난달부터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98조5480억원이던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8월 말 114조2820억원까지 불어났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5조원어치 채권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린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채권이 상환되면서 외국 기관투자가의 보유 물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줄어든 물량만큼 다시 채권을 사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도 변수다. 미국 채권금리가 상승한 만큼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얼마나 더 매수할지를 두고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 데다 대외금리 상승으로 차익거래 유인이 축소돼 외국인의 국내 채권 재투자가 부진했다”며 “연말 장부마감(북클로징)을 앞둔 시기다 보니 4분기에 외국인 채권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韓·美 금리격차…외국인, 채권시장서도 등 돌리나
외국인이 본격적인 ‘팔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채권시장에선 한국 채권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란 의견이 많다. 한국 국고채는 글로벌시장에서 선진국에 준하는 신용도를 인정받으면서도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보다는 금리가 높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318%(19일 기준)다. 외국인은 지난달(2조3420억원)과 이달(1조9698억원)에도 원화채권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데 드는 환헤지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18일 기준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17.3원으로 연초 대비 10원가량 떨어졌다. 이 수치가 내려갈수록 달러로 원화자산에 투자할 때 지급하는 환헤지 비용이 감소한다. 마이너스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