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로 짝 찾기?…'과잉 이벤트' 논란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신한카드가 미혼 남녀 회원을 상대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짝을 찾아주는 미팅 이벤트를 연다. 그러나 국내에서 병원을 거치지 않는 유전자검사(DTC)는 탈모, 피부, 콜레스테롤 등 12가지 웰니스(건강 상태) 항목으로 제한돼 있다. 특히 성격, 취향, 지능 등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사회적 차별의 여지가 있어 선진국에서도 금지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듀오와 신한카드는 미혼 남녀 회원 24명을 모아 21일 DNA 검사를 바탕으로 짝을 맺어주는 미팅파티를 연다고 최근 공지했다. DTC 컨설팅 업체 마이지놈박스와 DTC 업체 이원다이애그노믹스가 참여해 참가자를 상대로 유전자검사를 해준다.

듀오는 “DNA를 바탕으로 매칭된 상대와의 호감도 및 친밀도를 확인해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며 “내가 끌린 이성이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는 사람인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TC업계에서는 “DTC를 바탕으로 이성을 짝짓는 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사회 통념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DTC는 검사하려는 항목에서 인종별로 충분한 선행 사례가 있어야 결과가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선행 검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축적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 검사 결과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DNA 검사로 이성을 짝짓는 건 선행 사례가 없고 법으로도 금지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DTC 선진국인 미국도 일부 주에선 이런 검사를 불합리한 차별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법으로 금지한다”며 “허용하는 주에서도 사회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는 관련 연구와 기반 데이터가 전무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듀오 측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법이 허용한 12가지 검사만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듀오 관계자는 “행사에서 커플이 된 사람끼리 유전적으로는 얼마나 비슷한지를 웰니스 범위 내에서 재미로 비교해보자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전자 커플 매칭이라고 한 것이지 실제로 그걸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