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7일 오후 3시8분

국내 최대의 개인 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를 거느린 나이스그룹이 계열사인 나이스알앤씨와 나이스데이터를 하나의 회사로 합친다. 고(故)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이 타계한 이후 2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그룹은 계열사 나이스알앤씨와 나이스데이터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나이스그룹은 이르면 이달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마켓인사이트] 지배구조 재편 '신호탄' 쏜 나이스그룹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나이스그룹은 지난 3월 김 회장이 별세한 뒤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나이스평가정보 나이스신용평가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지 않고, 김 회장 지분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그룹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선 30개가 넘는 계열사를 부문별로 통합해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흩어진 기능을 통합해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나이스그룹의 지분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다.

나이스알앤씨와 나이스데이터의 합병은 이 같은 그룹 재편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스알앤씨는 금융·자동차회사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나이스데이터는 부가세환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최초로 부가세 분류 엔진을 개발해 소상공인의 세금 환급액을 늘려주고 있다.

나이스그룹은 합병 회사를 상장하는 방안과 향후 금융 관련 계열사를 나이스평가정보로 모두 통합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나이스평가정보가 금융 관련 회사들을 합병할 수 없다”면서도 “향후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통합을 가속화해 대형 금융 인프라 회사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세 경영 승계 기반 마련

나이스그룹의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2세 경영 체제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영 나이스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재 경영진이 지배구조 안정화 작업을 마무리한 뒤 김 회장의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속세는 부담이다. 아들 김원우씨 등은 지난달 국세청에 수년에 걸쳐 세금을 분할 납부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상속세 납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알짜 자회사를 매물로 내놓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나이스평가정보 등의 인수를 원하는 금융지주회사와 대형 보험사 등이 나이스그룹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스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지주회사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나이스홀딩스(종목명 NICE)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의 자녀들이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나이스홀딩스가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나이스홀딩스가 지분 40.1%를 보유한 ITM반도체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훈/김익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