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세를 이어가던 미국 뉴욕증시가 10일(현지시간)에 이어 11일에도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갑자기 악화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다우지수는 545.91포인트(2.13%) 떨어진 25,052.83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2.06%, 나스닥지수는 1.25% 하락했다.

지난 10일 증시 폭락은 국채금리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11일은 개장 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은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고 10년물 국채 금리도 연 3.151%를 기록하는 등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여 지수 급락을 설명할 이유가 필요해졌다.

시장에선 금리 외에 기술주 투매, 프로그램 매매, 무역전쟁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기 확장세는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 금리에 민감한 증시

이날 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앞으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했다. 지난 3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가 중립 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한 여파다. 지난달 말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완화적’이라는 문구를 없앨 때만 해도 해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많았지만 파월 의장 발언으로 ‘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더 올릴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실제 지난 3일 이후 금리 상승 및 증시 하락이 본격화됐다. 10년물 금리는 9일 연 3.26%까지 폭등했고 나스닥은 4~11일 6거래일 동안 8.6% 폭락했다. 월가의 자산운용 전문가는 “파월의 발언은 Fed 의장들이 임기 초에 겪는 실수로 기록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2) 알고리즘 매매 영향

이틀 내내 주가 하락세는 장 후반으로 갈수록 가팔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알고리즘 매매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지수와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 막판 거래를 활발히 벌인다.

이날도 다우지수는 마감 전 90분간 하루 하락폭의 절반에 달하는 24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이 시간대 주식 거래량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이날 하루 거래량의 33%에 달했다. 올해 평균인 30%보다 많았다.

알고리즘 매매는 지난 2월에도 폭락장 연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3) 사라진 자사주 매입

감세로 현금을 쥔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S&P500 기업이 자사주를 사는 데 7700억달러를 쓸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대비 44% 많은 액수다.

하지만 3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들어간 10월 초·중순은 자사주 매입이 금지된 시기다. 상장사 대부분이 내부 규정을 통해 3분기 종료 2주 전부터 분기 실적 발표 뒤 48시간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지침을 두고 있다. 내부자 거래 등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주 은행 등을 시작으로 월말까지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당분간 자사주 매입이란 호재가 없다는 뜻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