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터키 통화 가치 급락에서 시작된 신흥국 금융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신흥국 전반으로 위기가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6일 장중 달러당 1만5000루피아까지 상승(가치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만5000루피아를 넘어섰다. 달러 대비 루피아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외채가 많아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막시밀리안 린 나트웨스트마켓 애널리스트는 “루피아화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될 때마다 아시아 통화 중 가장 취약한 흐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인도네시아 당국은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1100여 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7.5%에서 7.5~10%로 전격 인상했다. 수입을 억제해 달러 수요를 줄이려는 조치다.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자 전문가들은 신흥국 전반으로 위기가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블로 골드버그 블랙록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한 국가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의 자산까지 매도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위기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염된다”고 설명했다.신흥국 주가도 동반 하락세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FTSE 신흥시장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에 비해 20% 넘게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노리코 가만 PT BNI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을 한꺼번에 내다 판다”며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비해 경제 기초가 탄탄한 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신흥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신흥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금 압박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60%로 올린 것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금융 시스템은 충분히 안전해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미국의 중국제품 관세율 상향 검토 여파미중 무역전쟁 격화 우려에 2일 중국과 홍콩 증시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이날 오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3% 넘게 폭락했다가 2% 내려간 2,768.02에 마감했다. 선전종합지수는 2.4% 떨어진 1,512.05에 장을 마쳤다.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2.3% 넘게 하락해 10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텐센트가 3.2% 넘게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5% 이상 떨어졌다가 1% 하락한 22,512.53에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6% 하락한 2,270.20에 거래를 끝냈다.전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관세율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 아시아증시를 강타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애초 계획했던 10%에서 25%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가베야 히로카즈 다이와증권 글로벌 전략가는 무역 갈등이 없었다면 애플의 놀라운 실적으로 IT 기업에 대한 걱정이 수그러들어 시장은 "훨씬 좋은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닉 트위덜 라쿠텐증권 호주 지사 최고운영책임자는 "시장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다음 단계를 조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중국은 '협박'에 반응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이어서 일부 시장을 폭락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주식이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무역 갈등의 격화, 수출 둔화의 3가지 위협을 맞았다면서도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블랙록은 최근 일주일 사이 잇따라 신흥시장 주식 전망을 상향하거나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글로벌 채권 시장도 요동쳤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한 데다 일본이 국채 수익률의 허용 범위를 -0.2∼0.2%로 확대한 영향이다.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개월 반 만에 다시 3%를 돌파했다.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0.145%까지 올랐다가 일본은행이 잔존만기 5∼10년 국채를 4천억엔 규모로 매입한다는 발표 이후 0.120%로 후퇴했다. 일본은행이 수익률 상승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서울=연합뉴스)
미국이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2% 이상 하락하다 전날보다 1.76% 떨어진 2777.77에 마감했다.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도 1.73% 하락했다.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19%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도 1.29% 하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지수도 장중 1% 넘게 내렸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그나마 선방하며 0.59% 하락한 2280.62로 장을 마쳤다.에릭 놀랜드 CME그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타격을 입고, 금융시장의 자신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도 일제히 떨어졌다. 당장 미국과 통상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위안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6234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가 0.04% 떨어진 수치다. 시장에선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0.7%나 하락했다. 공식 환율보다 통화가치 하락폭이 훨씬 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원(0.36%) 상승한 1120원에 마감했다(원화가치는 하락).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구리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보다 3% 이상 급락했다.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