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1년5개월여 만에 223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미·중 무역전쟁 확산 여부와 환율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연내 22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外風'에 코스피 추풍낙엽…1년5개월새 최저
◆외국인 7일째 ‘팔자’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22포인트(1.12%) 내린 2228.61에 마감했다. 마감지수 기준으로 지난 8월16일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2240.80)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 223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5월2일(2219.67) 후 17개월 만이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에 장 초반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30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달 28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 급등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지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원30전 오른 달러당 1134원에 마감하며 상승(원화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금리가 연 3.2%를 넘어서면서 한·미 간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1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며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도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재승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까지 무역분쟁에 대비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낮아진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8%로 낮춘 것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장에 부담을 줬다”고 덧붙였다.

◆“환율 더 오르면 2200선 붕괴”

외국인 매도에 직격탄을 맞은 유가증권시장은 통신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이 10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화학(-10.04%) 철강금속(-10.01%) 전기가스(-10.01%) 건설(-9.87%) 등 업종에서 특히 낙폭이 컸다.

이날 동양철관(-20.59%)과 현대엘리베이터(-17.93%) 현대로템(-14.94%) 등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다음달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경협주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다.

한국 증시가 대외변수 악재에 연일 신음하자 전문가들도 속속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통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1배’는 2분기 확정 실적 기준 2260선 전후로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 PBR 1배 지수선이 낮아지므로 환율이 달러당 1160원을 넘을 경우 연말까지 코스피지수 22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코스피지수가 수차례 PBR 1배를 밑돌았지만 그때마다 금방 반등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PBR 1배 이하 상황이 더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오형주/강영연/김동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