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보다 안정적… 중위험·중수익 3종세트 주목"
올해처럼 증시 불확실성이 클 땐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끈다. 대표적인 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로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ELS의 90% 이상이 원금 비보장 상품으로 투자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사진)은 “ELS는 엄밀히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아니라 복권에 가깝다”고 말한다. ELS 상품 10개 가운데 7~8개는 목표수익을 얻지만 2~3개는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ELS보다 자금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투자 상품이 얼마든지 있다”며 “절대수익형·대체투자형·자산배분형 등 중위험·중수익 3종 세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 등 ‘큰손’ 투자자 사이에 인기가 많은 상품들이다.

절대수익형의 대표 상품으로는 헤지펀드가 꼽힌다.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병행하는 롱쇼트전략으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그동안 헤지펀드는 큰손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다.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펀드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재간접펀드가 지난해 허용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박 본부장은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증시 불확실성 시대에 가장 투자하기 좋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며 “변동성이 낮고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형 재간접펀드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재간접펀드가 대표적이다.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바탕으로 연 5% 안팎의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펀드 유동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부동산재간접펀드에 쉽게 리츠(REITs)를 편입할 수 있게 되는 등 규제가 풀리고 있어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특별자산재간접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부동산재간접펀드의 부동산펀드에 대한 의무투자비율(80%)을 산정할 때 리츠 투자금액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상장 리츠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리츠 상장이 증가하면서 투자 대상이 많아지고 있다”며 “다만 리츠가 담는 부동산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자산배분형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그는 이 상품이 “유독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투자 목적에 맞춰 자산배분 투자를 하는 펀드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은퇴 시기에 맞춘 타깃데이트펀드(TDF)뿐 아니라 5~10년 후 목적 자금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ETF 자문일임형(EMP) 펀드도 매력적인 자산배분형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EMP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박 본부장은 “국내에선 EMP가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급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모든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EMP 상품은 분산투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상품을 정할 때 투자설명서를 꼼꼼하게 보라”고 조언했다. 투자설명서는 투자 위험도를 1등급(매우 높은 위험)에서 6등급(매우 낮은 위험)으로 분류한다. 3년 이상 운용한 펀드는 수익률 변동성(표준표차)에 따라 등급을 두는데, 4~5등급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해당된다.

실제 위험도와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이 되지 않은 펀드는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레버리지 등에 따라 등급을 정하기 때문에 실제 위험도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대표적으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1년 변동성이 3.3%(5등급 수준)에 불과하지만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다 보니 위험등급이 1등급으로 기재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