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7일 오후 4시1분

‘또봇’과 ‘콩순이’ 등의 캐릭터 완구로 유명한 국내 1위 완구업체 영실업이 3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단독] 국내 1위 완구社 영실업 팔린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실업 최대주주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최근 BDA파트너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 40여 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했다. 거래 대상은 PAG가 보유한 영실업 지분 100%다.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PAG는 최소 5000억원의 매각대금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G는 2015년 4월 같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헤드랜드캐피털로부터 영실업을 2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영실업은 주력 제품인 또봇 시리즈 판매가 주춤하면서 일시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콩순이와 ‘시크릿쥬쥬’ 등 다른 제품의 꾸준한 실적과 팽이 장난감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엔 1980년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1% 늘어난 1564억원, 영업이익은 107% 증가한 301억원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일부 경쟁 업체와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실업은 1980년 김상희 전 대표가 설립한 완구회사로, 출판사 계몽사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김 전 대표는 계몽사 창업주인 고 김원대 회장의 첫째 사위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에 따른 계몽사 부도로 외부에 팔렸다가 2004년 김 전 대표와 창업멤버들이 다시 사들였다. 기대와 달리 회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2007년 디스플레이업체 비전하이테크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비전하이테크는 코스닥 상장회사였던 영실업을 우회상장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후 코스닥 기업사냥꾼 서너 명의 손을 거친 회사는 2010년 3월 상장폐지됐다.

[단독] 국내 1위 완구社 영실업 팔린다
지금의 영실업은 김 전 대표가 2008년 6월 재창업한 회사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캐릭터 제품을 사전에 제조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신화를 쓰게 됐다.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완구를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다른 시도였다. ‘변신자동차 또봇’은 영실업이 내놓은 첫 번째 맞춤형 완구로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8년 재창업 당시 142억원이던 매출은 또봇에 힘입어 2012년엔 542억원까지 불어났다.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자 인수 제안이 잇따랐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12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헤드랜드캐피털에 약 6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넘겼다. 헤드랜드캐피털은 2015년 4월 PAG에 2200억원을 받고 영실업을 팔아 1600억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거뒀다.

PAG로 인수된 뒤 영실업은 주력 제품 또봇이 경쟁회사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일본 반다이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등에 밀리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 인수 직전인 2014년 1117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5년 771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56억원에서 64억원으로 줄었다. PAG는 또봇을 대신할 만한 남아용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2016년 초 일본 업체 다카라토미 및 디라이츠와 손잡고 남아용 팽이 장난감 ‘베이블레이드 버스트’를 출시했다. 팽이 싸움 대회인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챔피언십’을 여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에도 힘썼다. 그 덕분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드 여파와 모방제품 공세 때문에 중국 시장 진출이 계획만큼 성공적이지 않아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