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삼성전자, 최대 실적 기록 썼는데…'왜' 주가 지지부진할까?
삼성전자가 3분기 17조5000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은 분기 최대 실적이다.

다만 실적 개선 발표에도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이번 3분기를 정점으로 오는 4분기부터는 이익이 감소하면서 실적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서다.

◇ 반도체 호황 여전…갤노트9 효과는 "글쎄"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5%와 20.4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15조6400억원)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특히 증권가에서 예상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7조1669억원도 웃돌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됐다.

실적 개선의 주역은 반도체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약 1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이익이 13조원을 넘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에서 기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나왔을 것으로 본다"며 "비록 분기 중 메모리 판매가격 흐름은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으나 D램 판매 물량이 10% 후반대 이상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부진한 실적을 냈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출시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IM 부문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조2000억∼2조3000억원대다. 전 분기 2조6700억원, 작년 동기 3조29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하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갤럭시노트9의 판매가 대체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갤럭시노트9 첫 달 판매량을 전작 갤럭시노트8의 65% 수준인 138만대로 추정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 상향에도 불구하고 부품원가 상승을 충분히 가격인상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스마트폰 수요 부진과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가격인상에는 한계가 있어 당분간 부품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4분기부터는 실적 주춤…"주가 상승폭 제한될 것"

지난 3분기에 한달 평균 5조8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호(好)실적을 올려온 삼성전자이지만 4분기부터는 다소 주춤한 이익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 증가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평균판매단가(ASP)도 각각 5%와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이 11개 분기 만에 상승세를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1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사 영업이익은 16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분기 실적은 오는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중단기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D램 판가 하락, IM 부문의 출하량 위주 정책으로 인한 제한된 판가 인상 속 원가 상승, 디스플레이(DP) 부문의 내년 상반기 계절적 수요 둔화 등이 우려돼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가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날 호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11%) 내린 4만4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절대 수요량이 감소하고 신규 생산 설비에서의 양산이 개시될 내년 상반기까지 분기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