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총수 일가의 판토스 보유지분 매각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LG그룹 지주회사 (주)LG와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단독] 서브원 이어 '알짜 자회사' 지분 또 파는 LG…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정면돌파'
◆선제적 일감 몰아주기 탈피

LG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 작업에 나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과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강화하면서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등을 벌이는 서브원과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LG CNS가 포함된 탓이다. 내부 거래 비중은 서브원 80%, LG CNS 58%, 판토스 69%로 규제 대상 내부거래 비중(12%)을 넘어선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가(家)의 판토스 보유 지분을 파는 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등 LG 총수 일가의 판토스 지분율은 19.9%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은 아니지만 ‘내부 일감을 몰아줘 오너가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토스는 (주)LG 자회사인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총수 일가가 개인 보유 지분을 팔아도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LG 관계자는 “판토스는 국내 물류기업 중 가장 많은 349개의 해외 네트워크와 통합물류관리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 매각으로 거머쥐는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구 회장은 다음달까지 국세청에 상속세 납부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주)LG 지분 11.28% 가운데 구 회장은 2.51% 이상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높다. 별도의 유언이 없으면 유류분 규정에 따라 구본무 회장의 부인과 구본무 회장의 두 딸, 구광모 회장이 1.5 대 1 대 1 대 1 비율로 나눠받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판토스 매각 자금으로 상속세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연납 형태로 돌려 매년 나오는 배당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CNS 처리도 고민 중

이제 시장의 관심은 LG그룹의 LG CNS 지분 처리 방향에 쏠린다. (주)LG는 현재 85%인 LG CNS 지분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LG가 계속 경영권을 쥐면서 지분 ‘35% 이상’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것이다.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외 SI 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2대주주로 맞으면 공동 경영을 통해 LG CNS를 글로벌 SI 업체로 키울 수도 있다. 계속 비상장사로 남기 때문에 공시 의무도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LG CNS 지분 인수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LG그룹과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이 지분 매각 대신 증시 상장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이 LG CNS 지분을 팔지 않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에 전산 시스템 등을 설치해주는 SI 사업에 대해선 공정위가 외부 업체에 맡기기 힘든 특성을 감안해 일감 몰아주기 예외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LG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LG가 보유한 LG CNS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상헌/정영효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