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가 위탁
건물 사들여 개조 후 파는 전략
도시재생 붐 타고 高수익 노려
마켓인사이트 10월3일 오후 3시23분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4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으는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조성된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건물을 매입한 뒤 일부 개조해 임차인을 모으는 ‘밸류애드(가치부가형)’ 투자가 펀드의 주요 전략이다.

[마켓인사이트] 이지스, 국내 최대 4000억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조성

3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부동산 펀드인 ‘이지스스트레티직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1호’를 금융감독원에 등록했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각각 2000억원과 1920억원을 약정했다. 나머지 80억원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책임 투자 차원에서 자체 자금을 넣었다.

밸류애드 전략이란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동산을 사들여 개조, 수익성을 높인 뒤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핵심 권역의 안정화한 부동산을 매입해 보유하면서 임대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코어’ 전략보다 수익성이 높은 대신 위험도 더 크다.

최근 국내 코어 부동산 시장은 경쟁이 심화했다. 신생 부동산 운용사와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다.

반면 밸류애드 투자는 전문으로 하는 국내 운용사가 드물고 대규모 도시재생사업 등이 예고돼 있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이지스의 판단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과거 서울 여의도 씨티플라자, 서울역 T타워, 수송동 수송스퀘어 등의 밸류애드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건별로 자금을 조달해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었다. 이지스는 좀 더 빠르고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펀드 모집을 계획했다. 당초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방침이었지만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대규모 밸류애드 펀드 위탁운용사 모집에 나서자 이 자금을 따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앞으로 오피스 빌딩과 리테일 매장 등 상업용 부동산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4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입찰 참여를 위해 별도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거나 증권사로부터 단기 차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블라인드 펀드는 오피스 빌딩, 상업용 매장, 물류창고 등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블라인드 펀드로 시장에서 한층 더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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