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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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간거래(P2P) 금융업이 금융산업 전반에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고, 금융지주사의 사업 다각화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2일 금융업종에 대해 주가의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지속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핀테크를 지목하고, 업권별로 차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P2P 금융업이 은행지주사에는 위협요인이, 보험과 증권업에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주들의 가격 배수(멀티플)가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잠정적인 결론은 '핀테크 물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핀테크 혁명이 중기적으로는 기존 금융업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낮은 밸류에이션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현재 핀테크 시장 규모가 미미해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에 생채기를 내기 힘든 상황이지만 낮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성 연구원은 주목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은행권 대출잔액의 0.3%에 불과하지만 은행 서비스 이용자로서는 분명 체감되는 변화가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P2P 금융업이 금융업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성 연구원은 "P2P금융의 경우 대출자와 투자자를 바로 이어주는 직접금융 방식으로 기존 여수신업자가 아예 모방할 수 없는 사업 구조"라며 "아직은 1금융권 대비 규모가 많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미 P2P금융은 한도, 금리, 편의성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비은행 여수신업 대비 경쟁 우위를 띈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은행지주사들이 지난 십 수 년 동안 노력한 '다각화'에 타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은행지주사의 다각화가 거의 비은행 여수신업에 치중돼 있었기 때문이고, 거의 모든 국내 은행들이 은행지주사화 돼 있는 만큼 상장 은행주들에 보다 더 빠른 타격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P2P금융이 비은행 여수신업만 성공적으로 공략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1금융권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성 연구원은 "국민의 금융 후생 증대 측면에서 '잘 관리되는 P2P금융업'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장려하는 업종이 될 것 같다"며 "침탈되기 시작한 비은행 여수신업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자산운용 사업, 빠른 '관계 정리'가 필요한 은행에는 빠른 움직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합이 잘 맞는 사업군은 보험일 전망이고, 잘 활용할 경우 증권업 자산관리(WM)도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