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지주회사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주요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이 지주회사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상승+배당 매력' 지주社 '찜'한 외국인
◆지주회사 사들이는 외국인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외국인은 10대 그룹 지주회사 중 SK(417억원) LG(214억원) GS(161억원) 롯데지주(57억원) 현대중공업지주(37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중견그룹 지주회사 가운데서는 NICE(60억원)가 ‘타깃’이 됐다.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삼성물산도 6385억원어치 사들였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합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외국인은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지난달 20일 실시한 삼성물산 지분 블록딜(장외 대량매매)에 참여해 매각 물량을 받아갔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지분 총 3.98%를 9293억원에 팔았다.

개별 투자자 가운데는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달 18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297만6585주(지분율 5.03%)를 신규 취득한 게 눈에 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가 한진칼에 대한 종목 분석을 거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배당 확대 노려

외국인들이 투자 비중을 늘리는 지주회사 및 지주회사 관련 종목은 크게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를 충족했다. 첫 번째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와 연관된 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삼성물산, 한진칼, NICE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힌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1.7% 이상을 매입, 최대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모회사가 되면 연간 53조원 규모(작년 기준)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일부가 연결 재무제표에 잡히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진칼과 NICE는 배당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총수 일가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진칼은 배당 확대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NICE그룹은 김광수 회장의 급작스러운 별세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대주주 일가가 배당 확대를 통해 일부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과 NICE의 작년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각각 0.68%와 0.89%다.

◆저평가 매력도 부각

SK LG GS 롯데지주 현대중공업지주는 저평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들 종목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은 지난 2월 초부터 8월까지 지루한 조정을 받다가 바닥을 치고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SK 19.50% △LG 19.75% △GS 23.48% △롯데지주 30.94% △현대중공업지주 15.10% 등이다.

주가 하락으로 지난달 말 이들 종목의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58~1.13배에 머물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재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 중·장기적으로 지주사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