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자 천연가스 수요 급증… 석탄 발전시장 빠르게 대체할 듯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경제성장률 둔화, 이상 기온,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장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수입은 지속됐다. ‘목적지 제한’ 조항에 따라 제3국 판매가 힘들어 재고가 쌓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천연가스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가 상승으로 천연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난 데다 친환경 발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전용 가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가스 발전량 비중을 작년 16.9%에서 2030년 18.8%로 확대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원전과 석탄 비중을 각각 9.3%포인트, 6.4%포인트 줄일 계획임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증가로 볼 수 있다.

판매량 증가는 그동안 정체 국면이던 투자 수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는 오만 카타르와 같은 전통적인 가스 도입 국가에서의 장기 수입 계약이 잇따라 종료되면서 신규 계약 체결이 예상된다. 이들을 대체할 신규 도입처 후보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거론되고 있다.

수입처가 다변화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또 일종의 불평등 계약인 목적지 제한 조항이 상당 부분 철폐되면서 공급 구조가 유연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같이 재고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가스 트레이딩(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가스 수요는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석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게 천연가스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석탄 발전을 상당 부분 대체하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은 천연가스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수입량은 2010년 17.5bcm(1bcm=10억㎥)에서 올해는 100bcm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천연가스는 청정발전계획(CPP: Clean Power Plan)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비중 증가가 예상되는 거의 유일한 화석연료다.

증가하는 가스 수요에 맞춰 가스전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는 미얀마, 호주, 모잠비크 등의 가스전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2013년 생산을 개시한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을 판매처로 둔 덕에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호주의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와 프렐류드(Prelude)다. 2015년 생산이 개시된 GLNG는 손상처리에 따른 원가 감소와 유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개선에 힘입어 2년간의 적자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흑자 기조에 접어들었다. 올 하반기 생산이 개시되는 프렐류드 역시 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인 모잠비크 가스전은 2022년부터 생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스전의 수익성은 천연가스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유가에 좌우된다. 국제 유가는 최근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추가적인 반등을 모색하고 있어 당분간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관련 산업은 제2의 중흥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사업 참여 분야가 단지 해외에서 가스를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도입 부문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직접 개발해 직도입 내지 제3국에 판매하는 사업으로 사업 구조가 확대됐다. 이는 앞으로 연관 산업 발전과 함께 이익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jay.ryu@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