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일괄 상장폐지가 단행된다. 전체 시가총액 1조2500억원에 이르는 11개 코스닥 기업이 회계법인 재감사에서도 적정의견을 받지 못해 일시에 퇴출될 예정이다. 상장폐지의 근거가 되는 회계법인 재감사를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주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티게임즈 에프티이앤이 모다 감마누 넥스지 트레이스 C&S자산관리 위너지스 우성아이비 레이젠 지디 등 11곳이 무더기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사업연도 회계법인 재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았다는 자료를 기한(21일) 내 제출받지 못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8일부터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결산 재감사를 받은 코스닥 기업 15곳 가운데 11곳(80%)이 감사인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자회사 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해 내부통제 미비점이 발견됐다는 ‘감사 범위 제한’ 등을 이유로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오는 11월 부실회계감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신외부감사법 시행을 앞두고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가 깐깐해졌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작년에는 재감사 기업 15곳 가운데 6곳(40%)만 퇴출됐다.

정리매매 첫날 시총 1조원가량이 ‘휴지 조각’이 될 전망이다. 관련 소액주주만 8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상장폐지 제도에 구멍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주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회계법인이 재감사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책임 회피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