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IPO 무산에… 한숨 돌린 한국 증시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한국 증시가 수급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9일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아람코의 증시 상장 취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곧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사우디 비중이 더 커지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며 “한국의 추가적 비중 하락을 억제하는 결과인 만큼 한국 증시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지난 17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해 1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사우디 정부는 석유 위주의 산업구조 개혁과 사막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람코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증시 상장 시 소송 등 각종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우디 정부가 일단 상장을 철회하고 필요 자금을 대출로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국영기업인 아람코는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상장으로 경영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면 소송에 휘말릴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아람코 상장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 온 증권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내년 5월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을 앞둔 상황에서 아람코가 사우디 증시에 상장되면 한국을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MSCI 신흥국지수에 사우디와 아르헨티나가 편입되면 한국 비중은 기존 14.49%에서 14.04%로 0.45%가량 줄어든다. KB증권은 MSCI지수 편입 비중에 맞춰 한국 주식을 기계적으로 담는 패시브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가 2조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람코 상장으로 사우디 증시 비중이 커지면 한국의 비중은 그만큼 줄어든다.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2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아람코 지분 5%(1000억달러)만 사우디 증시에 상장돼도 사우디 증시 시가총액은 현재 1430억달러에서 2430억달러로 껑충 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