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곤두박질쳤던 한국항공우주(KAI) 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미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PT) 대상자 선정 결과가 이달 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세계 1위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의 승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은 KAI 수주에 '베팅'… 주가 수직상승
◆APT 대상자 선정 앞두고 매수세 몰려

한국항공우주는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50원(-0.77%) 내린 4만54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숨을 고르긴 했지만,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가 제작한 마린온이 추락하며 4년 만의 최저가(7월19일 종가 3만2200원)를 기록한 뒤 41% 상승했다. 두 달간 개인투자자가 243억원, 외국인투자자가 2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 APT 입찰 결과가 오는 24일께 나올 것이라는 예측에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APT 사업은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노후한 훈련기 350대를 새 기종으로 바꾸는 대형 사업이다. APT 예산이 올해 반영됐고 미국의 2019회계연도가 10월에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 중 사업자가 선정돼야 한다. 총 4개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포함)과 보잉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마린온 추락의 원인이 프랑스 에어버스로부터 수입한 부품 ‘로터 마스트’의 결함으로 잠정 결론난 것도 우려를 낮췄다는 평가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터 마스트는 수리온에도 들어가지만 마린온용과 수리온용의 공정이 달라 수리온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업자 선정 시 “세계 시장 석권 가능”

APT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한국항공우주는 총 사업비(약 17조원)의 절반가량인 8조~9조원 규모의 수주를 받는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자가 되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무기 체계 개발로 연간 800억원 매출을 내고, 2022년부터 2035년에는 훈련기를 양산하며 연간 5000억~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미 해군과 해병대 등 후속물량 650대를 포함할 경우 사업비는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보잉과의 경쟁 심화로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최종 입찰가를 예상보다 낮게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며 APT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사업 자체보다 이로 인해 파생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수출에 성공하면 최고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 공략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처럼 노후한 훈련기를 가진 국가들이 훈련기를 교체할 때 미국이 선정한 기종을 따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APT 사업 결과가 나올 때까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결과를 확인한 뒤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가 이미 많이 상승했는데 추가로 오르려면 APT 사업자로 확정돼야 한다”며 “입찰 결과를 확인하고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