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삼성전기 등 국내 간판급 정보기술(IT)주가 공매도 세력이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뜬소문에 흔들리고 있다. 무역분쟁과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해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증시의 특성을 노린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삼성전기 '뜬소문' 퍼지며 주가 급락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는 2900원(4.03%) 내린 6만9000원에 마감했다. 개장 36분 만에 4% 넘게 떨어졌다. 오전 10시30분께는 -4.87%(6만8400원)까지 낙폭이 커졌다. LG그룹이 조만간 LG전자의 자동차부품(VC) 사업과 LG이노텍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포기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저녁부터 소문이 돌았다”며 “누가 어떤 의도로 퍼뜨렸는지 알 순 없지만 이날 주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LG전자 주식을 389억원, 기관은 49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반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사업마저 포기하면 LG전자 주식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자동차 부품사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라며 “관련 내용은 완벽한 헛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렇게 쉽게 전장사업을 접을 거라면 올초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업체인 ZKW를 11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주고 인수하지도 않았을 거란 얘기다.

지난 12일 삼성전기가 4.25%(장중 최대 5.88%) 급락한 것도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을 낮춰 공급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MLCC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품귀 현상에 MLCC 가격이 오르던 상황이라 이 소문은 삼성전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부은 격이 됐다. MLCC 가격을 못 올리면 내년 영업이익 1조4000억~1조5000억원은 거뜬히 달성할 거라는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헛소문이었다.

증권가에선 소문의 진원지가 공매도로 수익을 얻는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가 공매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소문을 유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잔잔할 때보다 크게 요동칠 때 공매도로 수익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18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7942억원으로 올 상반기 평균(7조555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기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10일 23.6%에 달했고, 12일(15.8%)과 13일(20.7%)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취약한 틈을 노려 공매도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하단을 맴돌고 있지만 최근 공매도 잔액이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정보업체 트루쇼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13조2911억원으로 7월25일 11조4677억원에서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