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 개혁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면서 일본 주식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기업 이익 증가세가 견조하고, 내수시장이 커 무역분쟁 영향을 덜 받는 점도 일본 증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들어 손실을 내고 있는 일본 투자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 회복이 기대된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 주식 비중을 확대할 만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주식 쇼핑 나선 글로벌 운용사들
◆“일본 주식 비중 늘려라”

17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일본 주식 비중을 17%(8월)에서 21.8%로 4.8%포인트 늘렸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가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9월 자산배분 비중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지역별 주식 비중의 합을 100으로 놓았을 때 북미는 41.9%에서 40.7%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19.1%에서 18.0%로 줄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일본 주식 비중을 유난히 많이 늘렸다”며 “앞으로 일본 증시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일본 주식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연임하게 되면 일본 증시가 상승 동력을 되찾을 것”이라며 “일본 주식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 19% 넘게 올랐다. 올해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170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는 올해 4.9% 떨어졌다. 주요 255개 기업으로 구성된 닛케이255지수는 1.4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무역분쟁에다 아베 총리가 올 상반기 ‘사학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각종 정책이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재정·통화 확대책 등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해소되면서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이익 증가세 견조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놓고 봐도 투자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이익 증가세는 선진국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데, 지난 6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1700선까지 내려온 토픽스지수를 감안하면 일본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제조업 가운데 주력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재 업종의 순이익은 각각 30%와 20% 늘었다. 반면 선진국 증시 대비 일본 증시 할인율은 20%까지 확대돼 2013년 이후 평균(약 10%)을 크게 웃돌고 있다. 김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일본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수출 의존도가 낮은 국가에 속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15%로 미국(13%)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상당수 펀드와 ETF는 올 들어 손실을 내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가 한국 원화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환헤지형이 환노출형 상품보다 수익률이 부진했다. 프랭클린재팬 펀드도 환노출형은 연초 이후 손실이 2.7%지만 환헤지형은 7.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환노출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에는 환헤지형이 더 좋다고 말한다. 일본 증시가 단기 박스권 하단에 있는 만큼 신규 투자자일 경우 환헤지형에 가입해도 추가 손실 위험이 작다는 분석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