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팩이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작품들. 왼쪽부터 명량, 스파르타쿠스, 태왕사신기
모팩이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작품들. 왼쪽부터 명량, 스파르타쿠스, 태왕사신기
국내 영화 특수효과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는 ‘모팩(MOFAC)’이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너브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명량’ ‘해운대’ 등의 시각적 특수효과(VFX)를 맡으며 국내 영화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모팩은 5년 내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상증자로 대규모 투자금 유치… '특수효과 강자' 모팩, 제2 픽사 꿈꾼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너브는 최근 모팩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너브는 이 회장이 카버코리아 지분을 베인캐피털과 유니레버에 분할 매각하면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만든 투자회사다.

당초 모팩의 2대 주주는 중국 투자회사인 럭키페이스였다. 럭키페이스는 이번에 3대 주주로 밀려났다. 최대주주는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는 장성호 모팩 대표다.

모팩은 영화 포스터 아티스트를 꿈꾸던 장 대표가 1994년 세운 회사다. 대전 엑스포 포스코 홍보관 CG를 만든 뒤 3년간 광고계에서 일하던 그에게 영화 ‘귀천도’와 ‘박봉곤 가출 사건’의 CG를 맡을 기회가 주어졌다. 장 대표는 “계약을 주도한 동업자가 돈만 받고 자취를 감췄지만 개인 돈으로 충당하며 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영화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모팩은 25년의 세월 동안 국내 영상 콘텐츠 분야의 선봉에서 200여 편이 넘는 VFX 작업을 해왔다. 그 사이 1년에 개봉되는 150여 편 영화 중 99%는 CG를 사용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와이어 등을 지워주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초창기 영화 현장에서 ‘지우개’로 불렸던 장 감독은 이제 영화 기획 단계부터 사전협의를 해야 하는 영화계 핵심 인물이 됐다.

약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이달 개봉한 영화 ‘물괴’도 모팩의 손을 거쳤다. 국내 영화 역대 최고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을 비롯해 ‘해운대’ ‘2009로스트메모리즈’ ‘7광구’ 등 대작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태왕사신기도’에도 모팩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모팩은 미국과 중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의 백미로 꼽히는 콜로세움 장면이 모팩 솜씨다.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를 제작한 배리 오즈번이 만든 영화인 ‘워리어스웨이’에도 참여했다. 적인걸2, 지취위호산 등을 만든 중국 서극 감독의 총애도 한몸에 받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극 감독과 5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VFX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모팩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픽사나 디즈니처럼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로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와의 일률적인 하도급관계를 넘어서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컸다. 국내 투자회사인 너브와 럭키페이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모팩은 찰스 디킨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예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제작하고 있다. ‘워리어 캣츠’ 등 연달아 출품할 작품도 5편 더 대기하고 있다. 장 대표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열정만 가지고 덤볐다가 대부분 큰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었다”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작품을 내놓는 제작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근차근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늘려간다며 5년 내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는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