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 클럽’에 올랐던 톱텍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가는 한 달 새 반 토막 났고, 시총은 5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4일에 하한가 부근까지 추락하면서 시장에선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를 만드는 이 회사의 실적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찰이 지난주 고객사 기술 유출 혐의로 톱텍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1조 클럽' 톱텍 '기술유출 혐의' 檢 압수수색
◆검찰 수사 돌발 변수로 등장

16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 있는 톱텍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톱텍이 3D 라미네이터 제작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D 라미네이터는 휴대폰 에지(곡면)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자동화 장비다. 이를 개발해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톱텍이 비슷한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4일 주가 흐름은 검찰 압수수색과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초반 잠시 상승했다가 갑자기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하루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세 차례 발동됐다. 하한가 부근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결국 28.29%(5050원) 급락한 1만2800원에 마감했다.

검찰 압수수색을 미리 접한 투자자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 창구로 200만 주가 넘는 ‘폭탄 매물’이 풀렸다.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매물까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거래일간 특정 지점의 매도 관여율(전체 거래량 중 해당 지점을 통한 거래량의 비율)이 23.07%에 달했다.

◆주가 불확실성 증폭

'1조 클럽' 톱텍 '기술유출 혐의' 檢 압수수색
톱텍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자동화 설비를 공급하는 회사다. 지난해 스마트폰 관련 장비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작년 매출은 1조1384억원으로 한 해 전(3927억원)보다 189.93%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달 14일에는 2분기 실적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15.43% 급락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057억원에서 98.7% 급감했기 때문이다. 매출도 949억원으로 83.95% 쪼그라들었다.

디스플레이 장비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서는 공급계약 체결 공시가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술 유출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기술 유출 혐의까지 튀어나와 당분간 검찰 수사 결과의 향방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톱텍 관계자는 “중국 진출 과정에서 고객사와 오해가 있었다”며 “이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주 보호 차원에서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정/전설리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