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면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수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옵션 매도형 상품, 채권혼합형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증시가 횡보할 때도 조금씩 수익을 낼 수 있어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시 경쟁 붙은 안정형 상품

박스권 증시… 따박따박 수익내는 지수상품 '봇물'
증권가에서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놓고 출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8일 ‘신한 코스피 콘도르 4/10% 상장지수증권(ETN)’을 상장한다. 이 상품은 한국투자증권 양매도 ETN처럼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한다. 하지만 10% 외가격 콜·풋옵션을 같이 매수해 코스피200지수가 한 달 동안 10%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더라도 최대 손실폭이 12%를 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추가한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은 30년 미국 국채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 미국채 울트라 30년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 12일 상장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트루 코스피 양매도 3% OTM(외가격) ETN’과 ‘트루 코스피 양매도 ATM(등가격) ETN’을 추가로 내놨다. 올 7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장기 국채 ETF 5종목을, 삼성증권은 ‘삼성 코스피 풋매도 ETN’을 내놨다.

지난해 출시된 ‘트루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에 8000억원 넘는 돈이 몰리는 등 횡보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커버드콜(선물 매수, 콜옵션 매도)이나 양매도 등 국내에 출시된 옵션 매도형 상품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지난해 초 약 1조원에서 4배가량으로 커졌다.

◆꾸준히 수익 내며 코스피 웃돌아

실제로 상당수 옵션 매도형과 채권 및 채권혼합형 ETF·ETN의 최근 5년 성과는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해당 상품의 기초지수를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아 분석한 결과다.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지수가 5년간 16.2% 오르는 동안 코스피 양매도 ATM지수는 48.7% 올랐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각각 3.1%와 8.3%다. 코스피 양매도 3% OTM은 같은 기간 46.5%(연 7.9%), 코스피200 인핸스드 콘도르 4/10%는 44.5%(연 7.6%), 코스피 커버드콜 ATM은 34.7%(연 6.1%)의 수익을 거뒀다. 코스피지수가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파르게 올랐지만 그 이전과 올해 6월 이후 박스권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옵션 매도형 상품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간간이 손실을 냈지만 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장기간 누적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장기 국채 선물 상품과 주식 및 채권에 동시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품도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10년 국채 선물 레버리지는 최근 5년 수익률이 46.7%(연 8.0%)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미국채 울트라 30년 선물’(25.1%, 연 4.6%) ‘배당성장 채권혼합’(22.0%, 연 4.1%) ‘경기방어소비재 채권혼합’(19.6%, 연 3.6%) 등이 뒤를 이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율을 3 대 7 또는 4 대 6으로 구성한 혼합자산 ETF는 주식의 수익성과 채권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더 안정적인 성과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누적 수익률뿐 아니라 연평균 변동성과 최대 손실폭(MDD) 같은 지표도 같이 볼 것을 권했다. 변동성은 연간 수익률 편차를, 최대 손실폭은 고점에서 최대 얼마나 떨어진 경험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10년 국채 선물 레버리지는 변동성이 8.6%로 수익률 변동폭이 크고, 최대 18.2% 손실을 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속한다.

증권사 파생상품 트레이더 출신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불리오’를 만든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양매도 ETN은 레버리지와 증거금 문제가 없어 양매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상당히 안전한 상품”이라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투자자산의 50%를 양매도 5% OTM ETN에 투자하고, 주식과 현금을 25%씩 보유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