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매각 전 군살빼기 돌입?
하이투자증권이 매각되기에 앞서 군살 빼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수 전 상무급 이상 임원들을 중심으로 사직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던 분위기가 있었다"며 "일부 부서에서는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임원급 인사의 3분의 2 가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이투자증권은 다음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완료할 계획이다.

매각에 앞서 하이투자증권 내부에서는 고용승계가 불확실하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큰 임원들 사이에서는 자리 다툼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 부서로 인식되던 리서치센터에서는 임원 3명 중 2명이 부서를 이동하거나 퇴사했다.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해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돼 오던 리테일영업본부와 조직 체질개선 작업의 핵심 부서로 꼽히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본부 등에서 전무급인 본부장 인력들이 회사를 나가거나 업무 권한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각 전후로 임원들의 자리 보전이 힘들 것으로 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제한된 자리를 놓고 내부 파워게임에서 진 임원들에게는 '회사를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몸집 줄이기에 대한 우려는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이 유력한 부서는 리테일본부다. DGB금융지주 측은 인수 후 리테일본부에서 DGB와 하이투자증권 지점을 합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하이투자증권 내부의 시각이다. 이에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은 DGB금융에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며 투쟁에 나섰다.

김형래 사무금융노조 하이투자증권지부장은 "DGB금융에 5년 동안의 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승계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자고 요구했지만 인수자가 거부하고 있다"며 "DGB금융은 노조에 리테일본부의 실적 개선을 위한 논의의 틀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는 대량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GB금융은 고용안정협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미진한 사업부(리테일)의 실적 개선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 측은 실적 개선을 위한 논의가 성과보상체계와 인사제도를 손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경영권 매각에 앞두고 리테일본부의 수익 개선을 위해 점포 폐쇄와 지점 영업직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