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호황을 누려온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향후 투자 성과는 가격 결정력이 있고 이익 증가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 영업익 증가율 정점… 실적대비 주가 높은 성장株 피해야"
미국 자산운용사 SGA의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산드라 리(사진)는 13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 확장 사이클이 후반부에 다다른 만큼 기업들의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SGA는 ‘이스트스프링 글로벌리더스 펀드’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리 매니저는 “기업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소비심리 호조 등으로 미국 증시의 성장 모멘텀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기업들도 실적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흥국 증시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달러화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 등으로 큰 조정을 받고 있는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의 개선세가 돋보이는 기업 가운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며 “성장주라 해도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은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SGA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에 미국 정보기술(IT) 대장주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중국 4대 IT주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닷컴)’가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리 매니저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이익 수준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미국 저가 의류업체 등 소비재 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선 “소재와 산업재 등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별로 없다”며 “밸류에이션은 낮지만 투자 매력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SGA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한국 종목은 아모레퍼시픽뿐”이라며 “한·중 관계 악화로 조정받은 것을 매수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