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한 뒤 국내 아이폰 부품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예상보다 판매 가격이 높게 책정됐고, 깜짝 놀랄 만한 신기능이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고객 충성도가 견고한 만큼 실제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부품회사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 아이폰에 실망?… 국내 부품株 '와르르'
높아진 아이폰 가격에 판매량 부담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와 3차원(3D) 센싱 모듈 등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6500원(4.74%) 내린 1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선 아이폰에 들어가는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을 생산하는 비에이치가 2250원(9.62%) 내린 2만1150원에 마감했다. 삼성SDI(-3.64%) 이녹스첨단소재(-3.46%) 와이엠티(-2.05%) 삼성전기(-1.02%) 덕우전자(-0.83%) 등 다른 아이폰 부품사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애플 주가는 1.24% 떨어졌다.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선 보합권(-0.077%)으로 거래를 마쳤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격을 낮춰 내놓을 것이란 시장 기대와 달리 판매가가 오히려 전작보다 100달러가량 높게 결정됐다”며 “반면 사양은 혁신도,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이 딱 시장 예상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이폰 신제품은 세 종류로 아이폰ⅩS 맥스는 64GB 기준 1099달러(약 123만원), 아이폰ⅩS는 999달러(약 112만원), 아이폰ⅩR은 749달러(약 84만원)다. 작년엔 아이폰Ⅹ이 999달러, 아이폰8플러스가 799달러, 아이폰8이 699달러였다.

아이폰 부품업체 주가는 당분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아이폰 판매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 뉴스와 소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아이폰 신제품 공개 전후로 부품사 주가가 횡보 또는 하락한 뒤 실제 판매량이 공개되고, 견조한 부품사 실적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부품사에 중요한 것은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실제 아이폰 판매 실적”이라며 “판매 동향을 다룬 뉴스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업 튼튼한 삼성전기·삼성SDI

아이폰 신제품 판매와 부품사 실적에는 낙관적인 시각과 보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낙관론을 펼치는 진영에선 아이폰Ⅹ 사례를 내세운다. 비싸서 안 팔린다던 아이폰Ⅹ이 출시 10개월 만에 출하량 6300만 대를 돌파하며 애플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신제품 3종 가격이 이전 제품보다 올랐지만 올해도 견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양호한 판매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부품업체 수익성과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세계 스마트폰 수요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됐고, 아이폰 신제품이 높은 가격에 차별점도 크지 않아 판매량이 신통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 연구원은 “평균 판매 가격(ASP)을 올리면 애플은 판매량이 늘지 않아도 이익이 늘겠지만, 부품사에는 출하량이 더 중요하다”며 “애플의 고가 정책과 평범한 사양이 부품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품사 중에서 각각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과 2차 전지 수요 급증이란 호재를 맞은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아이폰 판매량과 상관없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높지만 내년 아이폰 신제품에 트리플 카메라 적용되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종목으로 거론된다. 이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올 들어 삼성전기가 45%, 삼성SDI는 17% 올랐다. LG이노텍은 같은 기간 9% 하락했다. 반면 비에이치(-23%) 덕우전자(-33%) 이녹스첨단소재(-35%) 와이엠티(-47%) 등은 하락폭이 큰 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