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드는 패션株… "반짝 상승 아닌 본격 반등에 무게"
지난 3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패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성수기를 앞둔 반짝 반등이란 분석도 있지만, 실적 개선과 환율 안정 등으로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0일 유기증권시장에서 한세실업은 250원(1.31%) 내린 1만88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조정을 받긴 했지만 지난 7월 이후 16.51%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이 기간 각각 29억원과 15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같은 기간 화승엔터프라이즈(25.66%) 태평양물산(11.81%) 영원무역(8.06%) 등도 올랐다.

2015년 정점을 찍은 패션 ODM 기업의 주가는 그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년간 고가 겨울옷 판매가 시작되는 3분기에 잠시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최근 반등도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이들은 3분기가 아니라 2분기 실적부터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2분기 영원무역의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4% 늘었다. 태평양물산(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76.53%) 호전실업(흑자 전환) 등도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 체질이 개선됐다”며 “2분기 실적 반등은 국내 업체들이 외부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체력을 갖춘 결과”라고 분석했다.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ODM업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는 것(원화 약세)이 호재로 꼽힌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달러화 기준 매출뿐 아니라 원화 기준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의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은 의류 수입액이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신발 수입액도 올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미국 신발 수입시장 규모는 지난해 251억달러에서 올해 26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3분기 영업이익은 58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3개월 전 전망치보다 3.20% 늘어난 수치다. 태평양물산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보다 13.69% 증가했다.

서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졌다”며 “실적 개선이 수치로 나타나는 기업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