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0일 오전 9시1분

핵심 계열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알짜 사업부를 인적·물적 분할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 STX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체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등 포털 및 플랫폼기업도 이 같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에 대응해 현금창출력을 높이고, 외부에서 투자유치 등을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켓인사이트] 붙이고 떼어내고… 사업재편에 푹 빠진 기업들
◆합병으로 현금창출력 높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내년 1월1일 자회사인 포스코피앤에스(포스코P&S)를 합병비율 1 대 0.145로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포스코P&S는 캐나다 그린힐 석탄광산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 4923억원, 영업이익 1629억원을 올렸다.

포스코가 포스코P&S를 흡수하면서 현금창출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산출한 삼일회계법인은 그린힐광산 등이 올해부터 2034년까지 매년 410억~12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P&S는 지난해 3월1일 철강 유통·가공·스크랩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포스코대우에 넘겼다.

카카오는 이달 1일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자회사 카카오M을 흡수합병했다. 카카오M은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등 포함)이 3620억원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갖춘 회사였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036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는 합병한 카카오M의 넉넉한 현금을 인수합병(M&A) 실탄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올초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하면서 게임, 웹툰, 음악, 동영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업체 중심으로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분할 후 투자 유치 잇따라

기업들이 알짜사업을 분할한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과 SK브로드밴드가 대표적이다. SK플래닛은 1일 전자상거래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11번가’를 신설했다. 11번가는 오는 28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회사 H&Q코리아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 11번가는 유상증 자 대금을 전자상거래와 간편결제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부인 ‘옥수수’를 분할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옥수수 분할 추진설’에 대한 조회 공시에서 “미디어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가 옥수수 사업부 분할을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네이버도 오는 11월 영화·웹툰 등을 유통하는 엔스토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인 엔스토어를 설립한다. 옥수수와 엔스토어가 분할 이후 11번가처럼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TX중공업은 7월25일 플랜트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세아STX엔테크를 새로 설립했다. 이후 지난달 1일 세아STX엔테크를 의류업체인 글로벌세아에 18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STX중공업은 매각 자금으로 빚을 갚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