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뉴욕 증시, 이탈리아가 막아서나
세계 투자자 관심이 무역전쟁과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에 쏠려있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새로운 진앙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3일 한 때 연 3.24%까지 치솟았습니다. 오후 들어 3.17%로 소폭 낮아졌지만, 이는 극우파와 극좌파의 포퓰리즘 연정 결성으로 불안이 고조되던 지난 5월 수준을 넘은 겁니다.

이탈리아의 위기 가능성은 진작부터 예상되어 왔습니다. 지난 6월1일 우여곡절끝에 극우 '동맹'과 좌파 오성운동의 포퓰리즘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 입니다.

'동맹'은 감세를 밀어부치고 있으며,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할 정도로 높아 이미 여러 번 위기를 겪어온 이탈리아에서 ‘세금은 덜 걷고, 재정은 더 쓰겠다’니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340억유로, 6월에는 38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아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금리) 격차가 무려 280bp를 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위기가 지금 부상하고 있는 건 정부가 9월25일까지 내년 경제성장 목표와 예산안을 확정한 뒤 10월15일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질주하는 뉴욕 증시, 이탈리아가 막아서나
오성운동과 동맹측의 공약대로 예산안이 짜여진다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GDP의 3%를 넘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는 EU가 권고하는 재정적자 3%를 넘는 겁니다.

살바니 동맹 대표는 3일 "재정적자가 3%를 넘지않기를 바라지만, 재정 확대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2일 기본소득 도입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14일 일어난 제노바 교량 참사를 계기로 노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예산도 대폭 늘려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수 출신, 무당파로 재무장관을 맡고있는 지오반니 트리아만이 "재정 안정성은 지켜질 것"이라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은 정크등급 1~2단계 위인 BBB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여기에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31일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고, 이미 '부정적'으로 관찰중인 무디스는 조만간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이탈리아 경제는 최근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지난달 제조업 성장률이 다시 2년 만에 가장 둔화되는 등 침체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위기의 휘발성은 터키나 아르헨티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경제규모가 EU내 3위인데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주요 은행들이 막대한 채권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의 경우 주요 은행들이 흔들리면서 유로가 폭락하고, 유로존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실비아 아르다냐 채권전략가는 "이탈리아 관련 자산은 계속 휘발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EU가 동의하기는 어렵고 논란도 커질 것”이라며 “위험이 덜 우호적인 결과로 왜곡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