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높여 집값 잡는다고?… 세금 늘면 거래만 줄어들 뿐"
“조세를 통한 집값 잡기 정책은 효과가 작을 것입니다.”

국제 조세분야의 ‘대가’로 평가받는 키이스 반 라드 네덜란드 라이덴대 국제세법학 교수(사진)는 4일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규제로 서울지역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반 라드 교수는 이날 국제조세협회(IFA) 총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IFA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분야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집값 상승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세금이 늘면 거래량 감소로 이어져 집값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세 정책을 쓰려면 차라리 부동산 공급 측면에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도 도심내 주택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집값이 급등했고, 교외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펼쳐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다주택 보유자나 부동산 투기세력에는 적절한 조세 정책을 통해 부동산 매매 편익이 최대한 저소득층에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조세행정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중과세’ 경향이 높으며 조세조약 국가 간 소통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국세청은 양국 간 조세조약상 면제 조항을 잘 인정하지 않고 단호하게(strictly) 과세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세 협정을 어겼다고 상대국에서 협상을 요구해도 협상 테이블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세청과 장기간의 조세 불복 소송 끝에 정부를 상대로 5조3000억원 규모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까지 제기한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 사례를 들었다. 반 라드 교수는 “론스타 문제는 한국과 벨기에 간 조세조약상 문제였는데, 한국은 벨기에의 협상 요구에 ‘조세조약상 문제가 아니다’며 끝까지 거절했다”고 말했다. OECD 가이드라인에는 조세조약상 다툼이 발생하면 조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무조건 당사자 간 논의하도록 하고 있는 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각국 정부와 소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인도네시아 등은 조세조약을 깨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등을 지는 등 조세조약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도 조세 조약에 사인할 땐 외국인 투자자 유치 효과만 보지 말고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