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연 3%대 이자를 주는 월적립식 발행어음 상품을 내놨다. 매달 일정 금액을 부으면 가입 후 1년 뒤 약속된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은행 정기적금과 같은 구조다. 이자가 은행권 정기적금 최고 금리(연 2.5%)보다 0.5%포인트가량 더 높아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시중은행 간 자금유치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年 3%' 증권사 적립식 발행어음… 은행권 정기적금에 도전장
◆은행 정기적금보다 높은 금리

한국투자증권은 매달 일정 금액을 1년간 붓는 투자자에게 연 3.0% 금리를 주는 ‘적립식 퍼스트 발행어음’ 상품을 3일 선보였다. 발행어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내놓은 상품은 매달 10만~1000만원을 적립식으로 넣는 투자자에게 연 3.0% 금리를 준다. 중도에 해지하면 연 1.5% 금리가 적용된다.

은행권 정기적금과 비교하면 한국투자증권 상품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높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이날 기준으로 1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연 2.55%)이다.

비(非)인터넷 은행 상품 가운데엔 수협은행 정기적금 금리가 연 2.20%로 가장 높다. 은행권 예·적금의 낮은 이자에 고심하던 투자자에겐 이번 한국투자증권 신상품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저축은행 가운데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적금을 파는 곳이 꽤 있다. 만에 하나 증권사가 망하면 발행어음은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시중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 예·적금 금리도 점차 오르는 만큼 꼼꼼히 따져서 가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H證과 경쟁도 후끈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신상품 출시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간 발행어음 판매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작년 11월 먼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의 판매잔액은 현재 3조원으로 지난 7월 후발주자로 나선 NH투자증권(판매잔액 1조원)을 앞서고 있다.

월 적립식 발행어음은 NH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을 잡기 위해 7월 먼저 선보인 상품이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이 금리를 더 높여 신상품을 내놓는 바람에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NH투자증권이 밀리게 됐다. NH투자증권의 적립식 발행어음 이자는 연 2.5%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 던진 ‘견제구’에 금리 인상 등으로 맞불을 놓기보다 당분간 시장 반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을 세웠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9월까지 발행어음 1조원어치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며 “지금은 발행어음 판매를 통해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보다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송종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