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증시에선 투자자들이 ‘삼성 투자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삼성의 투자 범위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자동차 전장,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성장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을 망라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고, 관련 기업이 다수 상장돼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소재주가 가장 광범위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삼성바이오·삼성SDS 급등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만원(7.08%) 오른 45만4000원에 마감했다. 삼성SDS도 1만2500원(5.83%) 상승한 2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이 바이오와 AI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덕분이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최근 정부에 바이오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이번 계획에서도 바이오를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다만 삼성 투자 계획이 다른 제약·바이오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와 AI는 대규모 공급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휴대폰이나 반도체와 달리 삼성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SDS 외에 마땅한 수혜주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자동차 전장과 관련해선 넥스트칩과 에스모, 에이테크솔루션이 수혜주로 부각되며 급등했다. 삼성전자 등과 협력해 자율주행차량용 중앙처리장치(CPU) ‘알데바란’을 개발하고 있는 넥스트칩은 이날 490원(5.57%) 오른 9290원에 마감했다. 에스모와 에이테크솔루션은 각각 3.24%와 2.96% 상승했다. 에스모는 차량용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 차량용 금형을 제조하는 에이테크솔루션은 삼성전자가 지분 15.92%를 가진 2대 주주라는 점이 부각됐다.디스플레이 장비·소재주도 수혜 예상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소재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크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삼성의 신사업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반도체는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 5G, 데이터센터, 자동차 전장부품에서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는 1년 반 전에 활발히 이뤄지다 지금은 뜸한 편”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수주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번 투자 계획이 장비·소재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가장 빨리 수주 소식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으로 원익홀딩스와 엘오티베큠이 꼽힌다. 각각 반도체 관련 가스장치와 진공펌프를 공급하는 회사다. 권명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공정 장비 입고 전에 기본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장치”라며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되면 반도체 공정별로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코미코, 원익IPS, 한미반도체, 디아이 등도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시장에선 한동안 끊겼던 삼성의 디스플레이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Ⅹ 판매 부진과 중국발 디스플레이 경쟁 심화로 10조원을 들일 예정인 삼성의 아산탕정디스플레이시티 2단계 공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디스플레이 투자를 멈추면서 장비업체들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고 했다. 투자 재개 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비·소재 업체로는 에스에프에이, AP시스템, 아이씨디, 원익테라세미콘, 덕산네오룩스 등이 꼽힌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이번주(7월 23~27일) 코스피지수는 수급 개선 방아쇠(트리거)가 부재한 가운데 2300선 박스권 등락을 지속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모멘텀이 존재하면서도 그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21.71포인트(0.94%) 내린 2289.19에 거래를 마쳤다.지난주 코스피는 기관의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이 부진하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마지막날에는 개인과 기관의 '사자'에 소폭 상승, 2290선 턱밑에서 마감했다.업계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수급 개선을 야기할만한 재료가 없어 앞으로도 조정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KTB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전망치로 2250~2330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2260~2320, 2270~2320을 예상했다.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투자심리는 얼어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주 코스피와 코스닥은 2분기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은 가운데 달러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국내 거시경제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멘텀 역시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내수 둔화 우려도 있어 매크로 모멘텀 역시 밋밋할 전망"이라며 "코스피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발효로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보이는 상황에서 2분기 실적 모멘텀을 나타낼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조 연구원은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에선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관심업종으로는 반도체 업황 호조와 원화 약세 수혜가 기대되는 IT, 양호한 실적과 배당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을 제시했다.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과 주가 메리트를 겸비한 종목들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대안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업종별 2분기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 3개월 변화와 5월말 코스피 고점일 이후 등락률을 통해 낙폭이 과대한 실적주를 선별, 해당 업종으로 반도체·은행·증권·건설·패션·상업서비스 등을 추천했다.김 연구원은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전 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실적 모멘텀, 수급 모멘텀, 낙폭과대 요건을 동시 만족하는 종목대안을 압축하면 한전기술·한신공영·호텔신라·두산인프라코어·영풍·현대그린푸드·원익IPS·기업은행·SK하이닉스 등이 도출된다"고 덧붙였다.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