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동에 살던 고(故) 김모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 자녀를 남겨둔 채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가 사망 직전까지 세 자녀와 함께 거주했던 원룸 앞에 쌀과 휴지 등이 쌓여있다. 이 쌀과 휴지 등은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조재길 기자
대전 월평동에 살던 고(故) 김모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 자녀를 남겨둔 채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가 사망 직전까지 세 자녀와 함께 거주했던 원룸 앞에 쌀과 휴지 등이 쌓여있다. 이 쌀과 휴지 등은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조재길 기자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30일부터 ‘2018 자영업 리포트’를 게재했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경기 침체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담은 시리즈였습니다. 시리즈 반향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시리즈가 한창 나가던 어느 날 독자 한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자영업 리포트의 내용에 공감한다며,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던 일을 꼭 얘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요즘 화두인 ‘최저임금 이슈’라고 했습니다.

1. 사실 확인, 어떤 과정 거쳤나

부부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대전에 자리를 잡았다는 제보자는 수 차례 전화 통화에서 ‘숨진 분(김 모씨)이 대전 월평동에 거주했다는 점, 50대 여성이란 점, 식당에서 일하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해고됐다는 점, 여러 일을 알아보다 결국 실패했다는 점, 중학교 등에 다니는 자녀가 두 명 있었다는 점, 자신의 월셋집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는 점,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며 슬피 울었다는 점, 기초수급자는 아니었다는 점, 아이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리고 최근 이사를 갔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꼭 기사화를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추가 취재를 위해 관할 경찰서인 대전 둔산서에 연락했습니다. 수차례 확인 끝에 경찰 중 한 명에게서 “비슷한 변사 사건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해당 경찰은 “유사한 자살 사건이 월평동에서 있었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자살이 확실시되고 유서가 없으면’ 바로 수사종결 처리된다. 그래서 최저임금 때문인지 사유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해당 사건이 그 지역에서 있었다는 기초적인 내용이 파악됐고, 사유는 제보자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급적 김 씨 유족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녀가 중학생인 점 등 조금 상세한 정보를 뺐습니다.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며 한참 울더라’는 증언도 싣지 않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파급이 더 클 수 있는 지면 게재는 처음부터 배제했습니다.

24일 정오쯤 독자적인 판단으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제목의 ‘8줄짜리 짧은 기사’를 한경닷컴에 띄웠습니다.(한경에서 준데스크인 차장 이상 기자가 온라인 기사를 출고할 때는 자신의 책임 아래 출고할 수 있습니다.)

2. 기사는 왜 내렸나

해당 기사를 삭제한 것은 같은 날 오후 6시를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전 둔산서에서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삭제 요청을 해왔습니다. “둔산서 소속 경찰한테도 변사 사건을 확인했다. 오보가 명백하다면 당연히 조치하겠지만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둔산서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맞는 변사 사건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관내 변사 사건을 검색했을 텐데 자살 시기를 7~8월 전체로 확대해도 없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월평동에서 여성의 자살 사건이 아예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확인 과정에서 이 관계자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으나 나이와 수급자 여부가 다르다”로 말을 바꿨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나이와 수급자 여부는 어떻게 되냐. 기사에 맞게 반영하겠다”고 기자가 요청했으나, 해당 관계자는 “알려줄 수 없다”며 기사 삭제만 줄곧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해당 기사는 온라인에서 3000개가량 댓글을 모으면서 자칫 김 씨 유족의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됐습니다. 일부 네티즌이 김 씨 자녀들이 다니는 초·중학교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와 수급자 여부가 다르다’는 게 기사의 본질은 아니지만 “팩트가 틀리다”는 경찰 얘기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기사 내용 중 ‘알려졌다’ ‘주변 지인의 설명이다’ ‘전해졌다’ 등의 표현을 썼으나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해당 기사를 당일 온라인에 올린 지 6시간여 만에 내린 이유입니다.

3. ‘가짜뉴스’ 아니다

해당 기사가 삭제되고 난 뒤 일부 온라인 매체에서는 “변사 사건 자체가 없었다”는 둔산서 주장만 기초로 ‘오보’라고 단정하고, 한경이 마치 없던 사실을 가공해 기사를 작성했다가 황급히 삭제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급기야 이는 ‘가짜뉴스’ 논란까지 일으키며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애시당초 제보를 기초로 최소한의 팩트를 보도하려 했을 뿐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어떤 의도가 없었기에 한경 보도가 정파 논리에 휘말리는 건 전혀 예상치 못했고, 원치 않았던 일입니다.

다만 처음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을 당시 완결성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선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연령대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도 중대 착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유족에게는 더욱 미안합니다. 이번 논란으로 어느 정도 신원이 추정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기사를 내린 후에도 가급적 대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월평동에 자살 사건 자체가 없었는데 날조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가짜뉴스’ 논란은 매우 유감입니다. 기사 작성의 취지나 의도를 무시한 채 마치 한경이 허위 사실을 날조해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려 했다는 식의 일부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최저임금 자살 사건' 한경닷컴 보도의 전말
①구직시장 전전했던 '월평동 다둥이 엄마'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8290923i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