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 등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형제간 분쟁 끝에 경영권을 손에 쥔 그가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웅, 경영권 분쟁 '불씨' 살아나나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웅제약은 4500원(2.26%) 하락한 1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장 전 한 방송사는 윤 회장이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정신병자 ××아니야” “미친 ××네” 등의 폭언을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기업 신인도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대웅제약 주가가 떨어졌다.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윤 회장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달리 지주회사인 대웅 주가는 이날 꿋꿋하게 버텼다. 장중 4%대까지 떨어졌다가 회복해 100원(0.57%) 오른 1만7600원에 마감했다. 수년 전 벌어진 형제간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과거 대웅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치열했다. 검사 출신인 윤 회장은 1995년 대웅제약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2년 뒤인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2009년 바로 위 형인 윤재훈 당시 부사장에게 대웅제약 대표직을 넘기고 지주사인 대웅 대표로 이동했다. 이후 2012년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윤 회장은 2014년 대웅제약 회장에 올랐다.

윤재훈 전 대웅제약 대표가 2015년 알피그룹을 꾸려 회장을 맡아 독립한 뒤 형제 사이는 더 멀어졌다. 알피그룹의 국내 1위 연질캡슐 생산 계열사 알피코프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물량을 받아왔는데 계열 분리 이후 일감이 급감했다. 형인 윤재훈 회장이 2016년 10%에 달하던 대웅 지분 상당수를 정리하면서 형제간 분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장에선 대웅의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재승 회장의 대웅 지분율은 11.61%에 불과하다. 차남 지분은 없고, 장남인 윤재용 씨(6.97%)와 막내 딸인 윤영씨(5.42%)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윤재승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뒤 개인 회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왔다”며 “경영 일선에 물러난다는 게 등기임원 자리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닌 만큼 분쟁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조진형/전예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