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안전지대로 부상하면서 지난 6월 중순께 ‘반짝’ 상승했지만 내수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농심, 롯데쇼핑, 이마트 등 업종 대장주가 이달 들어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저가 매입 기회라는 견해도 있지만, 하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내수주의 반등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개별 종목 위주로 ‘핀셋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산층 소득 감소 '직격탄'… 내수株, 신저가 속출
◆소득 감소에 소비 위축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농심은 3000원(1.17%) 내린 25만3000원에 마감했다. 7월 이후 22.15% 내렸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25만3500원으로 1년 내 최저가를 다시 썼다. 오뚜기(7월 이후 등락률, -13.27%), 오리온(-28.19%), 롯데제과(-13.26%), 하이트진로(-15.01%) 등 식품주와 롯데쇼핑(-14.29%), 이마트(-17.29%) 등 유통주, LF(-8.36%) 등 패션주 모두 하락세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컸던 6월 중순 잠시 반등했지만,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고 경기가 꺾이는 신호가 강해지면서 급락하고 있다.

소비 주체인 가계 부문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 내수주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총소득은 전년 대비 4.2% 늘었지만 세금 이자 비용 등의 증가로 가처분소득은 1.4% 확대에 그쳤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소득불평등 심화로 저소득 계층의 사업소득, 근로소득 모두 감소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 소비 여력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내수기업 하락폭(7포인트)이 수출기업(3포인트)보다 커 내수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하반기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 중심으로 선별해야

증시 전문가들은 같은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로 주가가 엇갈리는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개별 종목을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상, 동원F&B 등 종합가공식품 업체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원F&B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보다 6.93% 늘었다. 대상(1.83%), SPC삼립(2.39%) 등도 증가세다. 같은 기간 유통, 패션, 식품기업 전체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2.67% 감소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대상, 동원F&B 등은 가공식품과 사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실적이 안정적”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실질 임금 감소, 외식 경기 위축 등으로 ‘집밥 의존도’가 높아지면 가공식품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7월 이후 주가등락률, 13.09%), LG유플러스(16.43%) 등 통신주도 실적이 좋아질 내수주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고, 5세대(G) 조기 상용화 일정이 확정돼 당분간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24일까지 외국인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각각 2140억원, 1953억원어치 사들였다.

중국 관련 화장품주와 패션주도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3개월 전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감률, 75.18%), 휠라코리아(18.29%), F&F(17.96%) 등이 유망 종목으로 꼽힌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