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매도 세력을 비난하며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큰 수익을 안겼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상장폐지를 위한 투자금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테슬라株, 공매도 세력 놀이터… 열흘 새 12억弗 챙겨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금융분석업체 S3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 테슬라 상장폐지 추진 발표 후 공매도 투자자들이 열흘 만에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주식을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 7일 머스크는 트위터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가 하락을 바라며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공매도 세력의 괴롭힘 때문에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며 “주당 420달러에 주식을 사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발언 이후 테슬라 주가는 주당 379달러까지 급등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자금 확보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시작하면서 주가는 연일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 발언 열흘 만인 지난 17일 발언 이전에 비해 19% 떨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