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증시에도 충격을 줬다. 올해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제약·바이오주를 둘러싼 회계처리 논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도 충격… 헬스케어 지수 넉달새 21% ↓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제약·바이오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17일 3849.65로, 금융감독원의 바이오주 테마감리 착수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4월11일(4864.40)과 비교해 20.8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07%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제약·바이오주의 하락폭이 훨씬 컸던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12일 회계처리 과정에서 R&D 비용을 특별한 근거 없이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테마감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헬스케어지수는 2.7% 급락했고, 이후 제약·바이오주 주가는 회계처리 관련 이슈에 따라 요동치며 미끄러졌다.

5월1일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하는 회계변경을 통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해 큰 파장이 일었다. 다음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7.21% 급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금감원의 감리 과정에서 몇몇 상장사들이 문제가 됐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질 때마다 기관투자가 자금이 대거 제약·바이오주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선 메디포스트와 차바이오텍 등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과거 감사보고서를 정정하면서 기존에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던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바꿔 처리했다. 무형자산으로 잡혔던 R&D 자금을 비용 처리하는 기업이 늘수록 제약·바이오주의 실적 변동성은 그만큼 커진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