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 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채권시장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대로 추락했다. 국내 경기지표가 악화된 데다 미·중 무역전쟁과 터키 리라화 폭락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친 탓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3%포인트 하락한 연 1.99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8일(연 1.935%) 이후 10개월 만에 1%대에 재진입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모든 만기 구간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5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60%포인트 내린 연 2.208%, 10년물 금리는 0.044%포인트 하락한 연 2.431%로 장을 마쳤다. 회사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3년 국고채 年 1%대로… 커지는 韓·美 금리 격차
부진한 국내 주요 고용지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고용률이 연달아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당분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추경예산 집행에도 고용지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것이 컸다”며 “다음달에도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면서 3년물 금리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터키와도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서 경기 회복세가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도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각각 40%, 20%로 기존보다 두 배 올린다고 발표하자 리라화뿐만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 이란 리알화 등 다른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신흥국 시장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외국자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3년물 국채 금리는 한국보다 0.68%포인트, 10년물은 0.4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JP모간은 “미 중앙은행(Fed)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상황이 커지면 100조원이 넘는 외국인 국채 투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