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터키는 잊어라, '방안의 코끼리'는 아시아다"
터키발 위기가 일단 사그러들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는 주가(다우 0.45%↑)와 국채 금리(10년물 1.6bp 오른 2.893%)가 올랐습니다. 달러-리라 환율은 전날엔 달러당 7.2리라도 넘었지만 이날은 6.3리라까지 내렸습니다.

터키 중앙은행이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오는 16일 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콘퍼런스 콜을 갖는다는 소식에 일단 혼란은 수습되는 분위기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9,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있지만요.

하지만 우려했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터키 다음에 올 커다란 위기의 진앙은 ‘아시아’가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남아공의 최대은행인 네드뱅크의 닐스 하이네크와 메홀 다야 시장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터키는 잊어라,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아시아"라고 밝혔습니다.
'방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말합니다. 그만큼 고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터키는 잊어라, '방안의 코끼리'는 아시아다"
네드뱅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아시아(중국 제외)의 달러 부채는 세계 어느 지역, 어느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증가해 현재 2조달러가 넘습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연간 수출액이나 외환 보유액을 훌쩍 웃도는 수준입니다. 또 터키의 1900억달러, 아르헨티나의 1200억달러, 러시아의 2000억달러 등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특히 2016년 하반기부터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등급 채권은 줄어드는데, 오히려 달러 자금 유입은 늘어나는 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미스매치로 인해 아시아는 그동안 수혜를 입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 미스매치가 교정되면서 비싼 댓가를 치뤄야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네드뱅크는 아시아 국가들이 1997~199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대부분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율 변동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 달러의 상승세 △둔화된 글로벌 성장 전망 △중국의 성장율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아시아 위기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입니다.


네드뱅크의 분석가들은 "우리는 아시아가 다음 세계 금융시장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네드뱅크는 또 아시아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중국), TSMC(대만), 삼성(한국) 등 거대 기술기업의 고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주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2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면 이들 기술주 주가부터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 또 다시 금융위기가 터지면, 과연 한국은 무사히 비켜갈 수 있을까요. 미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터키는 잊어라, '방안의 코끼리'는 아시아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